2003년은 대다수 뉴욕증시 투자자들에게 모처럼축하 분위기 속에서 보낸 한 해였다. 2000년부터 3년 내리 하락하기만 하던 주가가상승한 채 1년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2003년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연초에 비해 50.5% 오른 2,003.37로 마감됐다. 이날 시세 자체만을 두고 보면 0.32% 하락했으나 투자자들에게는 심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2,000포인트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10,453.92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는 1,111.91로 각각 마감돼 올해 연초에 비해서는 25%와 26%가 상승했다. 연초에만 해도 뉴욕증시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미국 경제가 대공황의 여파로허덕이던 1939-1941년 이후 60년만에 처음으로 찾아온 3년 연속 주가하락세가 한해더 연장돼 사상 유례없는 4년 연속 하락 기록이 세워질 것이라는 불길한 관측도 나왔다. 올해초 주식시장이 맥을 못춘 것은 무엇보다도 이라크전을 앞둔 정치,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3월11일 바닥까지 추락한 뉴욕증시 주가는막상 미국이 전쟁 쪽으로 확실히 가닥을 잡으면서 상승세로 돌아서 그 이후는 줄곧근래에 보기 드문 강력한 상승 장세를 나타냈다. 3월11일의 올해 최저치와 비교하면나스닥 지수는 58%나 상승했고 다우존스 지수와 S&P는 39%가 각각 뛰어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의 화려함은 비교대상이 최악이었다는 데 기인한 측면도 없지 않다. 2003년말의 주요 지수들은 2년전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고 볼 수 있다. 2001년 나스닥 지수는 1,950, 다우존스 지수는 10,021, S&P 지수는 1,148로 2003년말과큰 차이가 없다. 결국 2003년 한해의 랠리를 통해 `잃어 버린 3년' 가운데 마지막 해인 2002년을되찾은 셈이다. 그렇다면 새해에도 주식시장의 힘찬 상승세가 이어져 나머지 두해도되찾을 수 있을까. 거의 모든 증시 분석가들이 주가 상승을 예견했던 2003년과는 달리 새해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주요 투자업체의 분석가들이 내놓은 분석은 새해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부터 올해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주가 상승은 계속되겠지만 상승폭은 2003년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와 같은 다수 의견의 옹호자 가운데 하나인 데이비드 뱁슨의 머니 매니저 제임스 그리벨은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2004년에도 경제호조로 기업들의 이익은향상될 것이고 이는 주식시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새해 S&P 지수가 10%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지난 60년간 주가가 하락한 해 뒤에 상승한 해가 이어질때 상승세가 2년 이상 계속된 경우가 11차례에 달했다. 하락 뒤의 상승이 한 해에그친 것은 1961년 단 한차례 뿐이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