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연내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한ㆍ칠레 FTA 비준안을 상정했으나 농어촌지역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표결에 실패, 법안을 유보했다. 이날 박관용 국회의장이 비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당 의원 30여명은 단상으로 달려나가 표결시도를 막았다. 민주당 김옥두 의원은 제안설명을 하던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의 마이크를 빼앗았고 일부 의원들은 단상을 점거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왜 제안설명도 못하게 하나" "찬반토론을 하자"는 등 회의진행을 촉구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박 의장은 4당 총무와 협의 끝에 "국회 분위기로 봐서 의결은 불가능하므로 한ㆍ칠레 FTA 비준안은 국회 본회의에 유보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비준안과 연계된 법안인 농어업인부채경감특별법과 농림어업인삶의질향상특별법 처리도 연기됐다. 박 의장은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1월7∼8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각 당 총무들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번 임시국회(시한 1월9일)에서 비준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의원들이 농어민 유권자를 의식, 내년 4월 총선까지 비준안 처리를 미룰 경우 한ㆍ칠레 FTA는 상반기중 발효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가신인도 하락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외에도 내년으로 예정된 일본 싱가포르 등과의 FTA 체결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정부안 보다 8천억원이 늘어난 1백18조3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한ㆍ칠레 FTA 비준안 통과를 전제로 편성됐던 농어촌 지원예산중 5천8백42억원은 예비비로 편성,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