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양계 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양계장에선 가금류 수십만마리가 살(殺)처분되고 있으며 독감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단시약 전문업체인 에스디가 조류독감 원인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현장에서 10분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인체독감(인플루엔자) 감염여부를 바로 확인하는 진단키트 연구를 진행해왔던 게 이번 조류독감 진단키트 개발의 계기가 됐습니다." 조영식 에스디 대표(43)는 "사람과 동물의 독감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유사하다"며 "인체독감 진단시약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동물독감도 함께 연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동물독감 전문가인 제주대 이민규 교수로부터 제품 개발에 필요한 조류독감 바이러스 샘플을 받아 진단시약을 개발하게 됐다"며 "개발과정에서 에스디가 보유한 골드콘쥬게이트,단클론항체 제조기술 등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골드콘쥬게이트는 초고속 면역진단시약을 만드는 데 핵심 기능을 하는 물질로 에스디가 세계 세번째로 개발한 것이다. 이 물질은 에스디의 주력 제품인 에이즈 진단시약에도 적용되고 있다. 조 대표는 "조류독감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여부라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돼 신속한 격리처분 등이 가능해졌다"며 "조류독감의 급속한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개발된 진단키트는 닭과 오리의 분변을 채취해 튜브에 넣어 희석시킨 뒤 4방울 정도를 검사용 스트립에 떨어뜨리면 10분 뒤 밴드가 몇 개(1개는 음성,2개는 양성) 나타나는지를 확인해 감염여부를 알 수 있다. "기존 혈구응집반응 검사는 채취한 검체를 실험실로 가져가 검사하기 때문에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데 2시간 이상 걸리지만 이 진단시약은 10분 만에 1차 진단이 가능합니다." 조 대표는 "특히 기존 검사법에 비해 정확도가 훨씬 뛰어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급적이면 전국 양계 농가에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라며 "이에 대비해 양산체제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에스디는 코스닥 등록업체로 지난 6월 사스 진단시약을 세계 최초로 개발,상용화하기도 했다. 독감 진단시약 외에 혈액 한 방울로 간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진단용 단백질칩도 개발 중이다. 4∼5년 전부터 경기대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으며 녹십자에서 시약 개발 및 생산 책임자로 13년간 일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