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코리아벨트' 뜬다] (5) 질주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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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바르샤바의 신흥개발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우르시노프의 가전전문점 미디어마트.
대로변에 위치한 이 매장은 말 그대로 전세계 가전 메이커들의 각축장이다.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와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유럽의 필립스 톰슨 등이 미니 카세트에서부터 TV, DVD플레이어까지 각종 아날로그와 디지털 첨단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의 하이얼(Haier) 제품까지 경쟁에 뛰어든다.
각국 가전업체들의 경연장과도 같은 이곳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29인치 완전평면 컬러TV는 일본 소니와 같은 가격대인 2천7백99주어티(86만원ㆍ1주어티=3백7원)에 팔리고 있다.
그만큼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품질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 입지를 굳힌 전자업체
외국업체들의 잇단 진출로 폴란드의 TV생산은 지난 99년 5백10만대에서 지난해 7백80만대(폴란드 통계청 GUS)로 불과 3년만에 52.9% 늘어났다.
올해는 필립스 4백만대, 대우일렉트로닉스가 2백만대, 톰슨이 1백50만대, LG전자 60만대 등 총 8백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업체들은 폴란드가 내년에 EU에 가입하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대규모 디지털TV 공장 건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실제로 바르샤바 최대 부촌(富村)인 모카토브의 갤러리아 백화점에선 PDP(벽걸이) TV와 홈시어터 같은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고 있을 정도이다.
LG전자는 폴란드의 이같은 시장 확대를 겨냥해 내년에 1천2백만달러를 투자, 프로젝션TV와 PDP 생산라인의 건설에 착수한다.
LG는 영국공장에 있는 LCD TV 생산라인도 이곳으로 옮겨올 예정이다.
LG전자 최영규 법인장은 "21∼32인치 평면 브라운관 TV의 풀 생산라인을 구성하고 20인치 미만 제품은 터키의 베스텔사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역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폴란드 시장에서의 '복권(復權)'을 노리고 있다.
내년에 프로젝션과 LCD, PDP 생산라인을 새로 깔 계획이다.
생산목표는 LCD TV 3만대, PDP TV 2만대.시장점유율 10.6%(17만대)로 필립스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우는 내년에는 월 평균 18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백기호 대우일렉트로닉스 폴란드생산법인장은 "동유럽이 전 세계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변모하면서 이 지역 '텃밭'을 공략하기 위한 다국적 메이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인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된 TV와 모니터를 풀어놓고 시장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다.
김진안 폴란드 판매법인장은 "모니터의 경우 LG전자와 시장점유율 25.5% 내외에서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LCD모니터의 경우 딜러 주문량이 8만대에 육박하지만 공급은 1만5천대에 불과해 먼저 물건을 빼달라고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폴란드 판매법인의 매출규모는 2000년 7천2백만달러에서 올해 1억9천만달러로 3년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도 올해 30만대에서 향후 3년이내 60만대로 2배 이상 늘리면서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KOTRA 바르샤바 무역관의 박형욱 부관장은 "생산기반이 없는 일본업체와는 달리 국내 가전 빅3 제품이 시장을 압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아차 쏘렌토 판매 급증
기아자동차 쏘렌토는 폴란드 현지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M클래스와 맞먹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요타의 SUV모델인 랜드크루저를 제치고 인근 코소보 지역의 유엔평화유지군에 7백20대의 공용차량을 공급하면서 성능과 디자인을 인정받은 결과다.
올해 첫 출시한 제품이지만 3백20대 가까이 팔렸다.
목표대비 1.5배가 넘는 실적이다.
내년에는 1천2백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쏘렌토의 폴란드내 판매가격은 16만6천주어티(4만2천5백64달러).
한화(韓貨)로는 5천1백만원.
국내 판매가격의 2배가 넘는다.
서동일 기아차 동유럽 및 러시아ㆍCIS판매총괄 본부장은 "쏘렌토 효과가 다른 차종으로까지 확산돼 올해 폴란드에서만 3천2백대가 넘는 판매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폴란드뿐만 아니라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지역에서 현대ㆍ기아차의 판매 신장률은 45∼80%에 이르는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헝가리의 경우 올해 기아차의 예상 판매대수는 2천3백45대로 지난해(1천5백58대)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대수는 2천4백9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가 넘는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는 2008년까지 동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은 42% 성장할 전망이지만 현대차는 이보다 4배 가량 많은 1백6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샤바(폴란드)ㆍ프라하(체코)=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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