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신한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SK㈜로부터 자사주 7%를 사들여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인수시도를 막는 백기사로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SK㈜ 전체 의결권의 30% 이상을 확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17일 SK그룹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 신한 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최근 SK㈜의 자사주 10.41% 가운데 7%를 매입키로 결의하고 각 은행별로 내부 의결절차에 들어갔다. 나머지 4% 가량은 SK㈜의 또 다른 우호세력이 살 예정이다. SK㈜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이같은 자사주 매각 방침을 결의할 계획이다. 지분 매입에 참여키로 한 시중은행의 핵심관계자는 "하나은행은 SK그룹의 주거래은행이고 신한 산업 등 나머지 은행들도 SK그룹과 거래가 많다"며 "정유와 통신산업을 하는 국가 기간산업체인 SK㈜와 SK텔레콤이 외국계 투기자본에 넘어가는 것은 국가경제는 물론 은행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경영권 방어를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사주를 인수한 이후 SK㈜에 은행들을 대표하는 사외이사를 파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소버린은 SK㈜ 지분 14.99%를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우호지분을 10%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외국인 지분율은 17일 현재 43.32%다. 반면 SK㈜의 현 경영진은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지분 15.93%, 우리사주 4.6% 등 2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자사주 10.41%는 그동안 의결권이 없었으나 이번에 은행과 우호세력에 모두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나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지난 10월 SK네트웍스가 매각한 해외파킹주식 1천만주(7.8%)도 우호세력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여 이 지분까지 합칠 경우 현 경영진측 지분율은 38%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SK㈜가 자사주를 우호세력으로 나선 은행들에 매각할 경우 소버린은 자사주처분금지 가처분신청 또는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SK㈜가 경영권을 방어해내기까지는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CEO)는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SK㈜의 자사주는 모든 주주의 것인 만큼 자사주를 불공정한 방식으로 배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태웅ㆍ김인식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