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있는 경남스틸 생산부에서 일하는 윤덕주 계장은 최근 부친이 뇌출혈로 쓰러져 두차례의 뇌수술을 받게 해야 했다. 수술비가 6백7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윤 계장은 수술비를 걱정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의료비 전액을 부담해줬기 때문이다. 경남스틸은 윤 계장에게만 의료비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 전직원의 가족(직계존비속)에 대해 의료비 전액을 대준다. 식당종업원 등 비정규직 가족의 의료비까지 모두 부담해준다. 경남스틸의 사원복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직원자녀들이 유치원에 들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자녀수에 관계없이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주택자금도 대출해준다. 50명의 종업원 전원이 일본 등에 한 차례 이상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런 복지혜택 가운데서도 이 회사의 가장 두드러진 것은 결코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번 입사한 사원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정년퇴직을 보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충경 사장은 "사원들이 건강하고 가족이 화목해야 품질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며 "이같은 복지경영 덕분에 지난 2001년 이후 매년 15억원선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예상매출은 8백억원으로 제조업종인데도 1인당 매출이 16억원선에 이른다. 이처럼 대기업 못지않게 사원복지에 힘쓰는 중소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창원에 있는 대호테크의 정영화 사장은 명함에 대표이사 대신 '운전자'라는 직함을 찍어다닌다. 그는 운전자라는 직함에 걸맞게 가장 먼저 출근해 공장청소를 한다. 이 회사는 전직원에게 주택을 무료로 공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전직원 38명의 40%에 이르는 15명에게 소형 아파트를 무료로 제공했다. 부산에서 선박기자재를 생산하는 선보공업은 사내에 고급목욕탕 헬스장 사내장학회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새해부터 이처럼 사원복지제도가 우수한 중소기업들을 발굴,다른 중소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