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社 줄줄이 외국계에 넘어가는데…국내자본은 규제 묶여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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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의 금융산업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정부 정책이 최근 공개매각에 부쳐진 대형 금융회사를 잇달아 외국 자본에 넘겨주는 결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주인이 바뀐 제일은행 외환은행 현투증권 등이 줄줄이 외국계 금융회사에 인수되는 등 토종 금융자본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회사의 사(私)금고화 방지를 이유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배제'에 집착하는 가운데 외국계 금융자본에 대응할 국내 금융전업자본은 제대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이 외국계에 휘둘리는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 힘 얻는 토종금융자본 육성론
16일 한국은행 주최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은 최근 크게 증가하는 외국계 자본의 은행업 진출과 관련, "외국계 자본의 시장잠식을 방치하면 우량 고객과 우량 금융상품을 크게 잠식할 우려가 있다"며 "국내 자본을 외국계 자본에 비해 사실상 역차별하는 현재의 은행의 지배 및 소유구조에 대한 규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자본의 금융시장 장악에 대한 우려는 금융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국내 연ㆍ기금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 기업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하며 우리금융지주 등을 '국내자본 연합'으로 인수하기 위한 2조∼3조원 규모의 토종 펀드 조성을 모색중이다.
전광우 우리금융그룹 부회장도 최근 한 토론회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사이의 차단벽에 대해 신축적인 운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외국계 자본의 은행 진출에 대한 자격심사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외통수 몰린 정부
정부도 토종자본 육성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최근 사모 주식투자펀드(PEFㆍprivate equity fund)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 셈이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후 별도 대책반(TF)까지 구성,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차단'을 논의하는 마당에 4%로 묶여 있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제한(의결권 기준) 규정을 당장 풀어주기는 어렵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대기업의 은행 지분소유 제한 규정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차단 TF는 △금융회사 대주주 및 주요 출자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대주주 및 계열사에 대한 대출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대주주 및 계열사에 대한 금융감독 및 검사를 강화하고 △대주주 및 계열사와의 거래내역 공시 및 이사회 의결 의무화를 확대하며 △비상장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감독을 강화한다는 5개 과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룬 상태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기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경부가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 도입은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 중장기 과제로 보류됐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산업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셈이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과거의 사(私)금고화 및 경제력 집중 문제는 금융산업의 비경쟁적 환경에서 비롯됐던 것"이라며 "은행의 소유와 경영은 시장에 맡기는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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