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 문제로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손배.가압류를 실시한 사례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공권력이 집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사상 책임마저 제한하려는 것은 노조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일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불법쟁의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제한의 문제점과 법리적 검토' 세미나에 참석한 조영길 변호사는 `노사관련 민사책임 제한론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11월23일 현재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과 금액은 26개사에 314억원, 가압류가 집행되고 있는 사업장은 29개사, 549억원이라면서 노동계가 51개사에서 1천356억원 가량의 손배소와 가압류가 집행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300여건의 노사분규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중 불법분규는 20%에 이른다면서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가 행사되는 비율은 30% 내외며 이것마저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불법쟁의 행위의 10%내외만이 손해.가압류가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처럼 노조의 쟁의권이 남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쟁의 행위에 대한 민사책임마저 제한하자는 주장은 법 원칙 자체를 훼손하는 특권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불법행위의 90%에 대해 책임추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폭력.파괴행위에 대해서만 손배.가압류를 가능하게 하거나 직접손해에 한정해 손배.가압류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등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게 되면 불법행위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시윤 변호사도 `불법쟁의 행위와 가압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책임 부과 등 공권력이 엄정하게 집행되지 않아 기업들이 손배.가압류로 맞서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임금채권의 전면 압류금지, 조합비에 대한 일부 압류 제한 등 가압류 남용방지에 초점을 맞춘 입법대책은 형평에 위배될 뿐 아니라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쟁의관련 가압류를 전면금지하자는 것은 외국에도 전례가 없고 개인에 대한 가입류 금지는 사용자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게 되며 노조의 조합비 일부에 대한 가압류 금지도 특혜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 내지 최저생계비에 대해서는 압류를 금지하자는 입법안 역시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배채권 실현에 불이익이 될 뿐 아니라 일반채권의 집행을 위한 가압류에도 적용돼 일반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손배.가압류 논의에 앞서 정부가 불법 쟁의에 대한 공권력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면서 쟁의과정에서 국법질서를 어기는 범범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우선 물어야 하며 이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정책실장은 "현실적으로 손배.가압류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임금문제나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간 쟁점은 손배.가압류에 비해서는 오히려 사소한 일이며 다른 것은 다 타결됐어도 손배.가압류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몇 달씩 쟁의가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