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산업 생존해법 찾는다] (5) 미국의 영업전략(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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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찰스 슈왑(Charles Schwab) 펜실베이니아 플라자 지점.루크 리 지점장은 이 곳에서 직원 5명과 함께 2만명의 고객을 관리한다.
물론 이들이 고객 전부를 상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중점관리하는 핵심 고객은 8백명 정도.찰스 슈왑은 미국 전역에 3백50여개 점포에 1만6천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지점 거래고객 수는 8백만명(고객 자산은 9천1백29억달러)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찰스 슈왑은 지난 73년 온라인 증권사로 출범했다.
오프라인 증권사보다 싼 값의 수수료를 받고 개인투자자만 상대했다.
투자 상담이나 리서치 업무를 위한 인력과 조직도 없었다.
그러던 찰스 슈왑이 이제는 자산관리 등 오프라인 영업을 강화하는 종합증권사로 탈바꿈했다.
자산운용사와 리서치회사를 인수한 데 이어 기관을 상대하는 영업도 한다.
온라인 증권사의 대명사였던 찰스 슈왑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게 된 것은 이트레이드(E*TRADE) 등 경쟁사들이 생겨나면서 더 이상 가장 싼 값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저가 수수료 경쟁의 한계를 절감한 것.
루크 리 지점장은 "위탁매매 수수료에만 의존한 결과 시황에 따라 이익변동폭이 심해져 장기 사업계획을 짜기 힘들었다"면서 "한 가지 서비스만 제공했기 때문에 애써 확보한 고객이 돈을 번 뒤에 다른 종합증권사로 이탈하는 현상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관리 쪽은 수수료 수입이 안정적인 데다 지난 10년간 돈 많은 사람들이 크게 늘어 서비스 수요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찰스 슈왑은 지난 2000년 자산운용사인 US트러스트를 인수,본격적으로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자산관리 영업에 필요한 리서치 업무를 위해 리서치회사인 시카고 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틱스와 기관 대상 전문 리서치 업체인 사운드 뷰를 잇따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급격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기존 주고객층인 데이트레이더를 전담하는 온라인투자 회사인 사이버트레이드(현재 사이버콥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찰스 슈왑은 또 자산관리 영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독특한 분담체제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머니 매니저를 보유한 US트러스트는 자산 규모 2백만달러 이상인 거액 투자자를 전담하는 대신 일선 영업점은 자산 2백만달러 미만인 고객을 상대로 영업한다.
이와 함께 자산관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영업점 수를 4백50개에서 3백50개로 줄였다.
일본과 캐나다 현지법인을 매각하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투자은행(IB) 업무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이 같은 사업구조 전환을 통해 이 회사는 이제 온라인 증권사가 아닌 자산관리 중심의 증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 2000년의 자산관리 수입 비중은 27%로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39%)을 크게 밑돌았다.
그러나 2001년 자산관리 수수료 비중이 38%로 늘어 위탁매매 수수료(31%) 비중을 추월했다.
작년에는 자산관리 비중이 42%(17억6천1백만달러)로 높아진 반면 위탁매매 수수료는 29%(12억6백만달러)로 낮아져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다.
헤지펀드인 MD 사스의 매니징 디렉터 찰스 루이스씨는 "앞으로 자산관리와 인수·합병 분야가 증권사의 가장 큰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며 "온라인 증권사가 독자 생존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뉴욕=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