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신(新)조어의 시대다. 올해만큼 세태를 빗댄 신조어가 쏟아진 해도 드물 것 같다. 정치권 대선자금 수수 백태로 인해 '차떼기' '트럭떼기'가 회자되고 있다. 이해집단의 큰 목소리에 우왕좌왕하는 정부는 '참여과잉정부'이고, 법 위에 '떼법'이 있어 '떼∼한민국'이 됐다. 각종 국책사업의 원점회귀로 '재검토공화국' '원점공화국'이기도 하다. 명퇴·실업 사태 속에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에 이어 '이태백'까지 등장했다. 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뜻. 한 개그맨의 일갈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어수선한 세밑이다. 불경기에 지치고 넉넉지 못해도 망년회는 거를 수 없다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 잊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일까. 이번 주는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로 접어든다. 15일은 당초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일로 제안한 날이다. 지금은 흐지부지, 유야무야 됐지만 말이다. 또한 내년 4월15일 총선까지 딱 4개월 남는다. 총선에 나가려고 17일까지 사퇴할 지방자치단체장은 몇이나 될지도 관심거리다. 해묵은 숙제인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는 조만간 결론을 낼 분위기다.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수사정국 와중에도 청와대나 여야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그러나 새해 예산안은 숫자싸움(계수조정소위) 주도권 다툼으로 4당이 합의한 처리시한(19일)을 지킬지 미지수다. 세종로ㆍ과천 관가는 개각 하마평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3∼4개 부처 개각이 오는 22일로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사표를 낸 산업자원부 장관 외에 장관 교체대상으로 거론된 부처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지난 주 한국투자공사(KIC) 등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이벤트를 연출한 청와대가 이번 주에는 '참여정부 문화사업 정책비전 보고대회'(17일)를 연다.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라도 국산영화 점유율이 50%를 육박하는데도 스크린쿼터 논란에서 한발짝도 못 나가는 정부의 '비전'이 뭔지 궁금하다. 고건 총리는 경제5단체장을 총리공관으로 불러 15일 저녁을 낸다. 대(對)국민 사과를 한 경제계 인사들이 쓴소리를 쏟아낼지, 그냥 밥만 먹고 올지 주목된다. 유독 올해엔 정치가 모든 분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좋고 싫음'이 결코 '옳고 그름'의 판단잣대가 아닐진대 뭐든지 이분법으로 가르려 하는 사회 기류가 두렵다. 그럼에도 아직은 살 만한 나라인 것은 구세군 자선냄비에 3천7백52만원을 넣고 총총히 사라진 '그 사람'이 있기 때문이리라.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