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산세 중과를 둘러싸고 중앙 정부와 서울시 일선 자치구 등 자치단체들이 충돌하게 된 것은 재산세 역전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시각과 지역주민들의 정서를 살필 수밖에 없는 민선 자치단체장의 입장이 너무 다른 데서 비롯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고가 재건축 아파트가 강북이나 지방 도시의 신축아파트에 비해 더 낡았다는 이유로 재산세를 덜 내는 현행 제도의 모순을 고쳐야 한다는 정부 정책의 큰 틀에 대해선 지자체들도 공감한다. 양측이 충돌하는 대목은 '인상 폭'이다. 정부는 재산세 공평과세가 어느 정도 이뤄지려면 서울 강남 등지의 재산세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자체들은 '절대금액은 크지 않더라도 한 번에 최고 7배나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 행자부 당초안 강행 지난 3일 발표된 행정자치부 재산세 개편안에는 서울지역 전체로 25%가 인상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자체 분석한 결과 주택 전체로는 45.4%, 아파트는 1백10.2%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는 부과 대상 1백4만여가구 가운데 29만여가구가 1백% 이상 세 부담이 증가했다. 서울시는 자치구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전체 주택은 20%, 아파트는 30%가량 오르도록 조정해 달라는 내용의 잠정 건의안을 마련했다. 행자부는 이에 대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대영 행자부 지방세제관은 "당초안은 강남 고급아파트 재산세를 최고 7배 올리도록 짜여져 있어 서울시 건의를 수용하면 재산세 공평과세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며 "검토는 해보겠으나 당초안대로 최종 권고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 '정부 기준 따로, 지자체 과세 따로' 서울지역 구청장들은 "재산세 중과 때 재량권을 행사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가 "인상률을 20% 정도로 낮춰주면 구청장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밝힌 점에서도 반발의 강도가 엿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주택 전체 인상률이 45%대로 행자부 발표보다 25%포인트 높다는 점도 자치구를 자극하고 있다"며 "전체 20% 인상 건의안이 거절되면 사실상 조정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한 번에 세금을 7배 올리려면 지자체 규정이 아닌 법으로 정해야 조세 법정주의에 부합한다"고 말해 구청장의 재량권 행사 때 저지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행자부가 당초안을 강행할 경우 '행자부 권고안과 지자체 과세가 서로 따로 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 합리적인 조정 시급 아파트 재산세 중과는 투기수요 억제 측면에서 시작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값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자 지난해 9월 발표된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출발한 것이다. 정부는 이후 보유과세를 대폭 강화해 투기를 잡기로 하고 2004년엔 재산세를 시가로 중과하고 2005년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키로 했다. 결국 2004년엔 투기 억제 수단이 마땅치 않아 재산세 중과라는 카드를 내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대표적인 지방세인 재산세는 재정수요 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지 부동산 투기억제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많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산세는 지자체가 재원 수요에 따라 조정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중앙 정부가 '무조건 더 걷으라'고 강요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방분권을 외치면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간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합리적 수준에서 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