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에서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 살며시 눈을 떠보니 남태평양의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이미 호텔방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얀 베개 밑으로 머리를 파묻고 다시 한번 잠을 청해 본다. 하지만 어느새 발코니에 앉은 이름 모를 작은 새의 성화에 할 수 없이 몸을 일으킨다. 호주 탕갈루마 리조트에서의 하루는 새들의 밉지 않은 '모닝콜'로 시작된다. 퀸즈랜드주의 주도 브리즈번에서 뱃길로 75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모래섬인 모튼섬에 위치한 아담한 리조트다. 섬의 99%는 자연 상태로 남겨 놓고 나머지 1%를 이용해 리조트를 만들었단다. 리조트 내부도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지난 1962년까지 고래를 잡아 기름을 짜는 포경 기지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방에서 나오니 이미 뜨거워진 태양빛과 옥색의 바다빛에 눈이 부시다. 한국은 추운 겨울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남반구에 위치한 이 곳은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첫 프로그램은 사막 사파리. 모래섬이라 해변을 벗어나 10분만 들어가면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손님들을 반긴다. 바퀴가 1m는 돼 보이는 버스를 타고 바람이 만든 커다란 모래언덕으로 이동한다. 직사각형의 널판지 한 면에 왁스를 바르고 스키장의 초보자 슬로프 쯤 되는 언덕을 오른다. 사막여행의 하이라이트, 모래 썰매다. 정상에 도착해 널판지 위에 엎드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잠시. '사사삭' 소리를 내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10분을 올라가 10초면 내려오는 강행군이지만 상기된 얼굴의 관광객들은 언덕을 오르고 또 오른다. 사륜구동 바이크도 사막에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놀거리.시동을 걸면 요란한 엔진소리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하지만 바퀴가 4개라 누구든 쉽게 탈 수 있다. 모래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면 사막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사막을 빠져 나와 점심을 먹고 나면 이번엔 바다다. 사막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스노클링, 제트스키, 바나나 보트 등 각종 수상스포츠 도구가 마련돼 있다. 몸이 피곤하다 싶으면 해변 어디서나 수건을 깔고 낮잠을 청해도 좋다. 난파선 관람도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리조트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붉게 녹슨 난파선이 그대로 보전돼 있다. 본의 아니게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된 까닭이다. 준비해간 식빵을 잘게 잘라 바다에 뿌리면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이 주위를 까맣게 물들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저녁 노을이 지면 사람들이 선착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 리조트의 가장 큰 자랑인 '야생 돌고래 먹이주기' 시간이다. 탕갈루마는 '물고기가 모이는 곳'이라는 뜻의 원주민어. 지명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저녁 시간만 되면 야생 돌고래들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리조트측은 총 15마리의 야생 돌고래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출석부도 만들었다. 요즘은 8마리가 꾸준히 출석한단다. 돌고래의 먹이인 물고기의 꼬리부분을 잡고 천천히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조심스레 먹이를 내밀면 미지의 바다 어딘가에서 찾아온 돌고래들이 게 눈 감추듯 먹이를 낚아챈다. 이 프로그램은 돌고래들의 야생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먹이의 양을 조절하고 돌고래를 절대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특징. 감기에 걸린 사람은 참여시키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관리한다. 아침에는 같은 장소에서 펠리칸과 가마우지 등 바다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 < 여행수첩 > 호주 퀸즈랜드주는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내외국인 여행객들에 인기가 높다. 그 중에서도 파도가 좋아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골드코스트를 중심으로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씨월드는 바다생물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상어, 돌고래 등 물고기에서 가마우지, 펠리칸 등 바다새, 북극곰까지 다양한 바다 생태를 한눈에 경험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돌고래쇼, 수상 스키쇼가 일품이다. 드림월드는 캥거루, 코알라 등 호주의 상징적인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양털 벗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쇼도 볼만하다. 세계 최고 높이의 '자이언트 드롭' 등 놀이시설도 자랑거리. 울창한 나무들과 아름다운 산의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면 레밍턴 국립공원안에 위치한 비나바라를 추천할 만하다. 잘 보전된 열대우림의 생태가 경이로울 정도다. 야생 칠면조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골드코스트는 골퍼의 파라다이스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싸고 좋은 골프장이 많다. 글레이즈, 호프 아일랜드 등이 비싸기로 유명하다지만 그린피, 카트값까지 합쳐 1백40 호주달러(약 12만원)를 넘지 않는다. 평균 30~40 호주달러면 부킹어려움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대한항공이 매주 화ㆍ금 퀸즈랜드주의 주도인 브리즈번행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9시간. 시차가 1시간밖에 나지 않아 피로감 없이 여행할 수 있다. 하나투어(02-2127-1000), 나스항공(02-777-7708), 한진관광(02-726-5500) 등이 탕갈루마리조트 상품을 판매한다. 퀸즈랜드주관광청 (02)399-5767, 탕갈루마리조트 서울사무소 017-364-2318 모튼섬(호주)=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