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의 일환으로 '한국투자청'을 설립, 연ㆍ기금 외화자산을 통합 운용한다는 구상을 추진중인 가운데 외환보유액 일부도 운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내놓아 논란을 빚고 있다. 보유외환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측은 "보유외환 일부를 투자청에서 수익성 위주로 운용할 경우 안정성과 유동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정부, '금융 육성 위해 불가피'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4일 "청와대 직속기구인 동북아위원회 등에서 외환 및 파생금융상품 시장 확대와 금융감독기준 및 규제 대폭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동북아 금융중심지 육성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그 일환으로 한국투자청(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금융감독 규정 및 각종 규제를 대폭 개선키로 하는 등 '동북아 금융허브(중심지) 육성방안'을 마련, 이달 중순께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청이 설립되면 외환보유액중 일부와 연ㆍ기금의 외화자산을 통합 운용토록 하고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금융회사들 위주로 자산 운용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중 1백억∼2백억달러를 가져오고 연ㆍ기금의 해외자산까지 합치면 규모가 상당히 커질 것"이라며 "자산운용권을 따내기 위해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최고급 정보를 제공하려는 외국 금융회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또 외환관련 규제를 대부분 없애 외국 금융회사들이 자유로이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의 외환거래 규모에 훨씬 못미치는 한국 외환시장을 늘리기 위해 외환파생상품 개발 및 판매 관련 각종 규제와 감독규정들을 폐지하고 역외선물환시장(NDF)을 국내로 흡수토록 할 방침이다. ◆ 한은, '지불수단 손대지 말라' 이같은 정부 계획에 대해 한국은행은 이날 이례적으로 외환보유액 운용수익률까지 공개하면서 '투자청' 구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관리 및 운용'이라는 자료를 통해 "11월말 현재 1천5백3억달러인 외환보유액 규모가 과도하고 운용수익률도 낮다는 일반 통념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며 "외환보유액을 언제라도 빼 쓸 수 있는 정부 잉여자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욱 한은 부총재보는 외환보유액 과다보유 시비에 대해 "향후 남북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선 지금의 두 배에 달하는 3천억달러까지 더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에는 "최근 3년간의 운용수익률을 따지더라도 외환보유액 유지비용인 '통화안정증권 이자율'(2년물 평균 연 6.02%)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은 관계자는 "약간의 수익을 위해 국가의 최종 지불수단인 외환보유액을 건드린다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다"며 "정부가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한국투자청 설립자금을 마련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 역시 외환보유액을 쌓아야 하는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1천5백3억달러의 외환보유액중 84%인 1천2백69억달러는 한은 소유(통안증권 발행자금으로 거둬들였거나 운용수익으로 쌓은 부분)이고 나머지 2백34억달러(16%)는 정부가 환율 관리를 위해 한은에 위탁 운용하는 외평기금 몫이다. 현승윤ㆍ안재석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