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나노기술(NT,극미세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도권을 잡기 위해 향후 4년간 36억7천9백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3일 나노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1세기 나노기술 연구개발법'에 서명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나노기술 개발을 위한 장기 연구,교육 지원 및 연구원 육성은 물론 국립과학재단(NSF),항공우주국(NASA),국가표준기술 연구원,환경처,농무부 등에도 충분한 자금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2000년부터 국가나노기술계획(NNI)을 시행해 오고 있지만 관련 분야에 자금지원이 연간 단위로만 이뤄져왔다. 하지만 새 법이 시행됨에 따라 연방정부는 향후 4년간 예산 압박을 받지 않고 충분히 자금을 집행할 수 있게 됐다. 뉴욕에 있는 나노 비즈니스연합의 마크 모드젤레스키 이사는 "연방정부가 나노기술에 우선 순위를 두고 투자하는 것은 60년대 달 착륙에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 것 만큼이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나노기술 전문가인 데이비드 베루베 교수는 "새 법은 나노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지금 나서지 않으면 일본이나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베루베 교수는 "나노기술을 본격적으로 상업화하는 데도 10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며 "우주 프로그램 처럼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로 투자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m의 아주 작은 세계를 다루는 기술로 좀더 작고 성능이 좋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각종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분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10년 후 시장 규모는 1조 달러로 예상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