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과 거래시의 장애물을 얘기할 때는 주로 높은 관세와 저평가된 위안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중국과 교역하려는 외국기업들에 치명적으로 영향을 주는 또 한가지의 걸림돌이 있다. 그것은 바로 '법원칙'의 결여다. 중국은 1980년부터 미국과의 무역에서 '최혜국지위'(Most Favored Nations status)를 누리고 있다. 2년 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중국의 조직은 여전히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역에서 불편과 위축을 초래할 뿐 아니라 때때로 개인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최근의 한 사례는 외국의 비즈니스맨들이 중국에서 처할수 있는 위험성을 잘 설명해준다. 주데 샤오는 중국 태생으로 미국에 귀화한 인물이다. 그는 93년 스탠퍼드대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차이나비즈니스벤처(CBV)를 세웠다. 의료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해 자신을 낳아준 나라와 '입양'을 받아준 나라에 모두 도움을 주고 싶었다. 4년동안의 노력과 고생끝에 그의 사업은 자리를 잡았다. 샌프란시스코와 상하이에 동시에 사무실을 열었으며,직원수도 15명으로 늘렸다. 97년 7월.하지만 상하이 관세당국 직원들이 '특별세무조사'란 명목으로 CBV사무실을 덮쳤다. 샤오는 은근한 뇌물유혹을 물리쳤고,그 결과 직원들은 CBV의 회계장부를 몰수했다. 나중엔 은행계좌까지 동결시켰다. 효과적으로 기업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98년 4월.상하이 경찰은 그를 체포했다. 당시 그들은 "샤오에게 본때를 보여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샤오 가족들의 뇌물거부에 대한 응징이었던 셈이다. 그 뒤 샤오는 26개월 동안 격리상태에 있었고,세무자료에 대한 검토나 변호사를 만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99년 6월 재판에 회부됐고,조세회피 혐의로 16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01년 상하이경찰이 만든 '조세회피 증빙자료' 사본을 어렵게 얻어냈고,이들 내용이 모두 거짓이라는 '결정적 증거'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하이 고등법원은 이 자료 검토를 2차례나 거부했다. 대법원도 소송을 재검토해 달라는 그의 청원에 1년반이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샤오는 체포된 후 5년반 동안 상하이교도소에 갇혀있고,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샤오의 케이스와 교역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임의적인 법 집행으로 개인을 감옥에 넣는다든가 신변을 위협하는 것은 분명히 또 하나의 '무역장벽'이다. 뇌물압박,26개월동안의 무단격리,재판 전 자료접근 불허,고등법원의 명백한 반박자료 검토거절,대법원의 청원무반응 등은 중국에서 법원칙이 어느 정도 무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샤오 사건은 중국 당국에도 새로운 교훈이 될수 있다. 이를 계기로 학계 등에서 고조되고 있는 '법원칙 준수'에 귀를 기울인다면 중국이 좀더 투명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원한다면 외부 투자자들에게 '시장경제와 제도적 법원칙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WTO가 제정한 규정을 준수하는 중국이 스스로가 만든 법을 준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샤오 사건의 재검토는 중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내딛는 커다란 한 발짝이 될 것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3일자에 실린 'A Lesson for China Investor'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