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속에 살아 숨쉬는 상상력 .. 목수로 전업한 미술평론가 김진송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시기획자이자 미술평론가에서 지난 99년 '목수'로 전업한 김진송씨(42)는 지난 1년 동안 이야기를 쓰고 나무를 깎아 물건을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그가 목각한 물건은 모두 2백여점.인형이나 책벌레 외계인 크레인 사이보그 달걀귀신 등 현실과 상상이 교차되는 주인공들이 탄생했다.
김씨는 이렇게 깎은 물건들 중 1백16점과 이들의 이야기 79편을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현문서가,9천8백원)에 담아냈다.
김씨는 자신의 머리와 손으로 만든 이야기와 물건들을 통해 어떤 의미나 교훈을 제시하지 않고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꽃 한송이를 물고 있는 황소를 깎아놓고 김씨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소가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들판엔 널린 게 맛있는 풀입니다.
그런데 그만 꽃을 뜯고 말았습니다.
이걸 먹어야 하나 어째야 하나.
지금 그걸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또 등에 헬리콥터 날개를 단 새를 깎아놓고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에게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자.그리하여 새로운 이름을 달아주자.그 이름 헬리콥새.'
이처럼 책 속의 이야기는 '비루먹은 용'에서부터 '책벌레''십이지 동물농장' 등 다양하다.
"글을 위해 목각을 한 게 아니라 목각을 위해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목각에 쓰인 나무는 쪽동백 단풍 물푸레 흑단 느릅나무 등 다양하다.
김씨는 이 목각들을 내년 2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전'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