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거부‥ 정국 급랭] 盧 왜 수용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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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세운 외형적인 이유는 헌법과 3권분립 정신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특검은 정부(행정부)의 고유한 권한을 침범한다는 것.
노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법리상 문제점을 강하게 제기했다.
지난 24일 강금실 법무장관으로부터도 이같은 법리적 검토결과를 최종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단순히 대통령 권력으로부터 독립만이 아니라 다수당의 횡포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분쪽에 가까운 거부권 행사 이유다.
물론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데는 정치적 고려,실리적 계산도 감안됐다.
앞서 한나라당 중심의 거대 야권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해임건의했고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를 부결시켰다.
뒤이어 자신의 최측근까지 집중적으로 파들어갈 경우 노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은 특유의 국정운영 스타일로 인해 통상 집권초반기에 갖는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한 채 위도사태와 노사문제 등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각종 국정현안에서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특검법안이 시행될 경우 비서실 안팎의 최측근들이 연일 불려다니게 되고 이는 사실여부를 떠나 노 대통령에게 직접 부담이 되면서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까지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검찰에 힘을 실어주고 외풍도 막아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정치권 개혁을 가장 실질적으로 이끌어낼 집단이 현실적으로 검찰밖에 더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 내부의 분열을 유도해낼 수 있고 한나라당-민주당 사이의 협력체계도 깨뜨릴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여론이다.
특검수용 여론이 더 높은 데다 앞으로 국정이 혼란을 빚을 경우 그 부담은 결국 노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