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인기예감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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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스릴러 '올드보이'(제작 쇼이스트 에그필름)에는 두 가지 비극적인 사랑이 교직돼 있다.
누나와 동생,아버지와 딸간의 근친상간이다.
마땅히 깨어져야 할 '금기의 사랑'이지만 당사자들은 훼방자에게 복수의 칼을 겨누게 된다.
인간 존재가 근원적으로 부조리하기 때문이다.
'올드보이'의 매력은 어쩔 수 없이 한계상황에 빠져들고 나서야 자신과 상대의 고통과 죄업을 직시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있다.
복수극을 다룬 박 감독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이 피해자가 가해자들을 단순 응징하는 구도였다면 이 영화는 보복의 당사자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등장해 스스로에게 시위를 당기는 것이다.
이야기는 샐러리맨 오대수(최민식)가 어느날 영문도 모른 채 납치돼 사설 감금방에 감금돼 있다가 15년 만에 풀려나 가둔 자 이우진(유지태)을 찾아나서는 구도다.
복수극의 진상이 파악될 즈음 관객들은 저 유명한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개념을 떠올리게 된다.
"개인은 결국 자신만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자기 자신에게 되던져진 존재일 뿐이다."
타인과 집단과의 관계속에서 사건을 총체적으로 파악한다면 극중에서 가해자의 잘못이 피해자의 복수를 초래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피해자는 치명상을 입고 가해자에게 엄청난 처벌을 결행한다.
물론 피해자와 흡사한 상황에 빠진 뒤에야 가해자는 비로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다.
카뮈의 지적처럼 인간은 결코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해결할 만큼 성숙한 존재가 아니다.
연인들을 향한 두 주인공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는 묘사되지 않는다.
다만 복수의 강도와 처벌을 감수하는 태도로 사랑의 깊이를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오대수와 이우진간에 퍼즐을 풀어가는 과정은 일방적이어서 관객이 들어설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오대수역인 최민식의 연기가 돋보인다.
따스하지만 무절제했던 샐러리맨이 복수심을 키우면서 훈육되고 냉철해진다.
상대역 유지태도 전작과 달리 망설임없는 복수의 화신을 창출해냈다.
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