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에서 남동쪽으로 3백km 떨어진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 망갈리아(Mangalia). 아드리아해를 거쳐 지중해로 나가는 이 관문에 대우조선해양의 유럽 전초기지라 할 수있는 '대우망갈리아조선소'가 있다. 국내 조선업계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이기도 한 망갈리아조선소에서는 이달말 인도예정인 3천TEU급 컨테이너선의 도크작업이 한창이다. "망갈리아 조선소는 대우조선의 글로벌 전략을 가늠하는 시험대입니다.거제도 옥포조선소의 절반에 달할 정도의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매출은 20분의1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죠."(박명준 이사) 망갈리아 조선소는 대우조선에 인수된 1997년만 해도 관리능력과 건조경험,작업자의 기량 부족으로 선박인도 날짜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C급 조선소였다. 대우조선은 99년까지 3년동안 3천만달러를 투자,신조사업을 위한 설비를 확충했다. 현지인을 한국 본사로 불러들여 OJT(직무훈련)를 다시 실시했다. 이미 1천8백명의 루마니아 인력이 옥포 조선소에서 기술훈련을 받았고 지금은 이들이 망갈리아를 변화시키는 '키맨(key men)'의 역할을 맡고 있다. "토요일에도 40%의 인력이 잔업을 할 정도로 자본주의화됐습니다."(박영우 관리담당 차장) 직원들의 의식변화와 공법개선은 망갈리아 조선소의 생산역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렸다. 98년 1만6천t에 불과하던 강재처리물량이 지난해 5만5천t으로 3.4배 증가했다. 인수 3년만인 1999년 2백50만달러의 흑자를 실현했다. 올해에는 흑자규모가 1천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 확보한 수주잔고만 1억5천만달러(15척)로 2005년 중반까지의 작업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망갈리아 조선소의 대변신에는 17명 현지 주재원의 보이지 않는 현지화 노력도 한몫 했다. 이곳에 근무하는 현지인원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5천여명에 이른다. 회사측은 점심식사를 싸오는 직원에게는 쿠폰을 나눠준다. 망갈리아 시내는 물론 인근 대도시에서도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사실상의 화폐다. 생산직의 월 평균 인건비는 2백80달러로 루마니아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2007년 EU(유럽연합) 가입이 예정된 루마니아는 EU와의 통상분쟁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관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데다 노후화된 유럽지역 조선사를 대신할 수 있는 지정학적 이점도 갖추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8월 이곳에서 전략회의를 열고 망갈리아조선소를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성공여부는 지난 10월 수주한 6만9천t급 유조선 3척에 달렸다. 임문규 사장은 "지금은 흑해가 국내 조선업체의 유럽공략을 위한 전략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망갈리아(루마니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