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불안에 따른 기업 투자의욕 부진에다 부동산 경기의 거품붕괴 과정에서 내수의 추가 위축이 불가피, 내년 성장률이 4%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일제히 대두됐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증권 국제통화기금(IMF)이 18일 각각 밝힌 내년 국내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4%대에 그쳤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수출과 건설투자 호조에 힘입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잠재성장률인 5%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최근 언급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삼성증권은 당초 5.3%로 잡았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하향 조정한다고 이날 밝혔고 IMF도 한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년도 국내 성장률이 4.75%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4.3%에 그칠 것이라던 지난 9월의 전망을 재확인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2004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총선을 전후한 정치적인 혼선, 가계 부실, 북핵문제 등 대내외 위험요인들이 상존해 있다"며 "세계경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불황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증권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으로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하락할 경우 민간소비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년 성장률 하향조정 이유를 밝혔다. 삼성증권은 수출이 내년 9% 증가하는 등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국내 경기의 회복 속도를 가속화하는 데는 힘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한국 경제는 회복 단계에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경기부양적 거시경제 정책들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슈아 펠만 IMF 한국담당 과장은 "한국 정부가 내년에 긴축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 될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의 통화정책 유지 △균형재정에 얽매이지 않는 재정지출 확대 정책(적자재정)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한편 원화 환율은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 등으로 내년에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문건 삼성 전무는 내년에도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져 환율이 연평균 1천1백35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