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기업화 결정은 KCC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풀이된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구조를 따져보면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는 역부족.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KCC그룹이 보유중인 엘리베이터 지분 31.25%, 여기에 한국프랜지 등 범 현대가 6개 기업이 KCC측에 우호주주로 나서면 KCC측이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44.41%나 된다.


게다가 KCC 김문성 재무담당 상무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저런 지분을 합칠 경우 KCC는 실제로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그룹은 KCC의 마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현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30%를 밑돈다.


어머니인 김문희씨(용문학원 이사장)가 보유하고 있는 19.43%, 자사주 1.70%, 현대증권 4.90% 등으로 총 26.03%에 불과하다.



◆ 현정은 회장 경영권 사수 나서


현 회장은 지난 주말부터 그룹 핵심 참모들과 그룹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먼저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대규모 국민주 공모방안을 내놓았다.


1천만주를 공모하면 엘리베이터 자본금은 현재 2백81억원에서 7백81억원으로 증가한다.


때문에 현 지분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현대가 밝혔듯 '주인없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현대 관계자는 "KCC측에 현대그룹을 넘기는 것보다 차라리 국민기업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바꾸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번 공모가 성공하면 KCC와 범현대가의 지분율은 15.9%로 떨어지는 반면 현 회장측 우호지분은 우리사주 배당분을 포함해 22.9%로 높아지게 된다.


공모에 실패하면 현 회장측은 잔여 물량을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자에 넘길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양측은 또다시 치열한 주식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따라서 이같은 지분싸움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임원 선임을 둘러싼 표대결로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 법적 대응도 착수


현 회장측은 KCC의 엘리베이터 지분매입 과정을 불법과 편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법에 호소할 계획이다.


현대는 이를 위해 법무법인 대륙과 수임계약을 체결하고 자료수집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대륙은 M&A를 전문분야로 하는 신흥 법무법인이다.


또 KCC측을 도덕적으로 몰아붙이고 자신들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대 국민호소 전략도 마련중이다.


특히 대북사업의 역사적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사업지속을 위해서는 그룹 경영권을 사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로 했다.



◆ 당황하는 KCC


KCC측은 현 회장측이 예상보다 강하게 반발하며 방어대책을 내놓자 다소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엘리베이터 지분 현황을 공개한 것도 현대그룹을 인수할 수 있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했다고 자신한 까닭이었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면 지분율이 뚝 떨어져 현대그룹 경영권 인수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계열사를 직접 지배하고 있는 현대상선 경영권을 두고 또 다른 지분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진다.


KCC는 현재 6.9%의 상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현 회장의 상선 지분은 2.6%에 불과해 지분 확보전이 붙으면 KCC측이 유리하다.



이익원ㆍ조일훈 기자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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