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단속 첫날인 17일 재외동포 및외국인 노동자 사회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인 채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대대적 단속이 예고된 탓인지 조선족들이 모여 사는 서울 가리봉동 `조선족 타운'과 성수동의 공단 밀집 지역은 때마침 불어닥친 추위 만큼이나 썰렁하고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정부가 제조업체 근로자들의 경우 한시적으로 단속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단속 초기 `시범 케이스'로 걸릴 경우 강제 출국당할 것을 우려한 불법 체류자들은 몸을 더욱 낮췄다. ◆움추러든 외국인 노동자 사회 = 붉은색의 중국풍 간판이 눈에 더 자주 띄는서울 가리봉동의 `조선족 타운'. 한 때 3만명이 넘는 재중동포들이 살던 곳이지만, 최근에는 1만명이 겨우 넘을정도만 남았고 상당수는 출국했거나 지방 등 단속이 허술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옮겨갔다. 이곳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3)씨는 "저녁 때면 일을 마친 조선족동포들로 붐볐는데 상당수는 이미 출국한 데다 나머지들은 단속을 피해 잠적해버려가게가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밖에는 보증금 없이 월세 10만~20만원인 매물 정보만 잔뜩 내붙은 채 손님들도 뜸한 모습이었다. 일부 집주인들은 방세를 안내고 잠적한 재중동포들 때문에 피해를 호소했다. 가리봉동 중국성교회 최황규 목사는 "4년 이상 불법체류자들은 이미 대부분 자취를 감춘 상태"라며 "정부 단속으로 오히려 우리 상인들의 생계가 더 위협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장동과 성수동 일대 공단 지역은 매주 월요일 휴무로 문을 굳게 닫은 업체들이 많은 데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도 뜸해 단속 여파를 실감케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이춘섭 관장은 "외국인 근로자 단속을 앞두고 단기 체류자 외에는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면서 "노동 현장에서는 장기 불법 체류자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에 찾아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부 단속방침에 큰 관심을 보이고있으며 언론 보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일부 노동자는 집회에도 참여한다지만 그럴 용기가 없는 대다수 외국인들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마장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51)씨는 "공단 지역 상가에서는 몽골,동남아 노동자들의 비중이 컸는데 이번 단속 여파로 근로자들이 많이 줄면서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절망,분노,저항...= 재중동포 및 외국인 노동자 사회는 불법 체류 단속에 맞춰 단식 농성과 시위로 격렬하게 맞서고 있다. 재중 동포들은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국적 관련 헌법 소원을 제기한 뒤 3천여명이 서울과 경기 지역 8개 교회에 나뉘어 나흘 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 조선족교회 이은과 전도사는 "갑작스럽게 단식을 시작하다보니 교회마다 1~2명이 복통과 탈수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며 "정부에 선처를 호소하는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부의 불법체류 단속을 앞두고 잇따라 두명이 전동차에 뛰어들거나 공장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져 크게 술렁이고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대책회의회 등 관련 시민단체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은 16일부터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 / 중국동포의 집'(대표 김해성 목사)은 12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강제 추방에 반대, `12만 범국민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회사원 최윤정(28)씨는 "대책없는 강제출국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목숨을 던지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들을 포용하는 관용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임주영 기자 gcmoon@yna.co.kr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