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의 주가가 갈림길에 섰다. 경영권 장악에 실패한 LG그룹이 하나로통신 보유 지분을 팔겠다고 나섬으로써 수급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경영실적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첫 흑자를 달성하는 등 뚜렷이 개선되고 있다. 한마디로 실적은 '맑음'인데 반해 수급사정은 '흐림'이다. 전문가들의 관측은 엇갈리고 있지만 앞으로의 주가가 일단 수급과 실적간의 '힘겨루기'양상을 띨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실적개선의 폭이 커지면 주가가 악화된 수급상황을 딛고 상승할 것이지만 실적개선의 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상승탄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다. ◆ 수급은 악화 전망 =LG투자증권이 이미 6백만주(2.1%)를 매도한 이후 다른 LG그룹 계열사도 지분 처분에 나서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보유지분 1천1백17만주(4%) 전량을 팔기로 결의했다. ㈜LG는 앞으로 1년 이내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어서 매물화 시점은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나로통신 지분 1천9백75만주(7%)를 갖고 있는 데이콤 역시 지분처분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현대증권은 이러한 움직임이 LG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또 외국인의 한도소진에 따른 매수세 약화도 우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뉴브리지캐피털-AIG컨소시엄이 오는 20일로 예정된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면 지분율이 40%에 육박해 현재 16%를 웃도는 외국인 지분율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추가매수 여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로통신의 외국인 지분한도율은 49.0%로 제한돼 있다. 현대증권은 이 같은 점을 들어 하나로통신의 목표가격을 현재가격(3천8백60원)보다 17% 낮은 3천2백원으로 제시했다. ◆ 실적은 개선 추세 =하나로통신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57억원으로 집계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3분기 영업이익 역시 4백22억원으로 2분기의 1백80억원보다 대폭 늘었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분기 5.2%에서 3분기엔 11.9%로 높아졌다. 회사측은 올해까지는 연간기준 순이익을 내기는 힘들지만 내년에는 순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올들어 3분기까지 6백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지만 영업비용이 줄고 영업이익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은 하나로통신이 두루넷을 인수하거나 합병할 경우 수익성이 중장기적으로 더욱 개선될 것이라며 LG그룹이 물량을 처분할 때가 매수기회라고 주장했다. 삼성증권은 특히 "하나로통신의 하루 거래량이 1천만주를 웃돌기 때문에 LG그룹 물량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LG의 매수단가가 1만3천원이기 때문에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팔기는 힘들다"는 점을 들어 현대증권의 비관론을 반박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하나로통신 목표가격은 5천5백원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