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여년간 한국 유통산업을 이끌어 온 백화점. 그러나 지난 10년간 할인점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백화점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특히 백화점이 독식하던 상권에 잇따라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이젠 할인점과의 차별화는 생존의 조건이 됐다. 백화점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고급화'다. 식품과 생활용품에 주력하던 할인점들은 요즘엔 가전제품,의류 등 비식품 부문의 매장을 확대하면서 백화점을 위협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명품을 늘리고 식품매장을 최고급으로 리뉴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고급화는 고객관계관리(CRM)가 뒷받침돼야 실제 매출로 연결될 수 있다. 카드 고객 분석을 통해 누가 어떤 상품에 얼마나 돈을 쓰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백화점 차별화의 핵심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달말부터 구매력이 높은 아파트 고객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하는 '2세대 AMS(APT Map Solution)' 시스템을 적용한다. 2세대 AMS는 고객 주소정보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결합한 것으로 회원별 주구매 상품군,선호 사은품,문화센터 이용유무까지 파악할 수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우수고객을 위한 끝없는 구애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는 우수고객 유치를 위해 고급 아파트로 출장 마케팅을 벌이기로 했다.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죽전지구 현대홈타운 아파트에서 매주 월∼금요일 풍수인테리어,한방특강,메이크업 푸드코디네이션 등 다양한 문화센터 강좌를 열기로 한 것. 갤러리아백화점은 점포별로 연간 1,2회 정도 우수 고객을 초청해 패션쇼,음악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압구정동 패션관과 명품관은 봄·여름,가을·겨울 시즌 개막에 맞춰 공동 패션쇼를 벌인다. 갤러리아는 연말께 열리는 '조용필 콘서트'에 압구정점 수원점 천안점의 우수고객을 초청키로 했다. 상품측면에서 백화점이 특화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명품이다. 백화점들은 명품 대중화 바람을 타고 앞다퉈 매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는 매장 확장에 나선 롯데와 신세계의 '명품 전쟁'이 내년부터 펼쳐진다. 롯데는 지난해 인수한 옛 한빛은행 건물 1∼5층을 명품관으로 꾸민다. 매장면적만 4천여평으로 웬만한 백화점의 절반 정도다. 롯데 명품관에선 샤넬 구찌 프라다 등 50여개 브랜드 단독매장을 연다. 본점에 없는 루이비통과 에르메스도 유치,도심 명품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도 1만8천평 규모로 재개발중인 본점이 2005년 10월 완공되면 현재 사용중인 건물을 명품관으로 사용한다. 명품관 지하 1층엔 명품식품을,2∼4층엔 패션명품을 입점시키고 5층은 고객들을 위한 갤러리와 VIP라운지를 두기로 했다. 신세계는 내년 3월 매장 면적 4천평 이상 확대되는 강남점에도 브랜드를 추가로 들여 현재 50여개인 명품 브랜드 수를 70∼75개로 늘릴 예정이다. 지하 식품매장은 백화점에서 최근 2∼3년간 가장 눈에 띄게 변화된 곳이다. 백화점들이 할인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일본의 '데파치카'를 벤치마킹,고급화했기 때문이다. 데파치카란 백화점의 일본식 발음인 '데파토(department)'와 지하(地下)란 의미의 '치카'의 합성어. 고급화된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을 일컫는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부분의 백화점들은 이미 지하식품 매장을 대부분 리뉴얼해 반조리 식품 중심의 고급매장으로 개편했다. 롯데는 식품매장의 테마를 '맛있는 행복(cooking & fun)'으로 정하고 패션화 테마파크화 엔터테인먼트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할인점으로 이탈하는 고객을 잡기 위한 볼거리도 다양해졌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매일 다른 요리법을 전문가들이 시연하는 '365일 쿠킹 스튜디오'를 개설,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올초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살아있는 고등어는 식품매장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