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의 영향으로 오랜 침체에 빠져 있는 백화점 홈쇼핑 등 내수.유통 관련주가 크게 올랐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올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2.0%,전분기 대비 77.9% 감소했다는 실적을 발표한 직후라는 점에서 이같은 강세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내년 시장을 사기 시작했다"는 바닥탈피론과 "내수가 깨어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바닥 탈피론을 주장하는 측은 "최근 외국인을 중심으로 최악의 실적을 내놓는 백화점 은행 등 내수주에 대한 매수강도가 강해지고 있다"며 주가의 선(先)반영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회복 시그널이 확인될 때면 이미 주가는 크게 오른 뒤일 것이라는 얘기다. JP모건 CSFB 등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국의 내수시장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내수주 큰 폭 상승 12일 현대백화점 주가가 8.0% 오른 것을 비롯 대구백화점(11.59%) 광주신세계(6.41%) 신세계(2.12%) 등 백화점 관련 주식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LG홈쇼핑(3.79%) CJ홈쇼핑(5.05%) 등이 모처럼 반등했다. 골드만삭스가 이들 홈쇼핑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과 '시장수익률 상회'로 한단계씩 올린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내수주로 꼽히는 은행주도 최근 외국인 매수가 몰리며 주가가 오르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이 3% 이상 올랐고 부산 대구은행 등도 2∼4%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 및 내수관련주가 그동안 수출주,IT(정보기술) 중심의 랠리에서 소외되며 가격 괴리가 커졌다"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더 이상 실적이 나빠질 게 없다는 방어적인 전략에서 이들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수 바닥 찍었나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 전망조사'에서 소비자기대지수와 소비자평가지수 등 소비심리를 드러내는 지수가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 이성권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10월 소비자심리지수의 상승은 오름폭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하지만 수출강세를 기반으로 내년 임금상승률이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고 올해 소비가 임금상승률을 밑돌아 소비여력이 확대돼 있다는 점에서 이 지수는 중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불량자 증가속도가 정점을 지났다는 사실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도 "소매매출 경기가 올 3∼4분기에 바닥을 치고 내년 1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홈쇼핑 주식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계선 동원증권 연구원은 "매출이나 이익 면에서는 3분기가 바닥이고 4분기에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이는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일 뿐"이라며 "아직까지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는 시그널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수의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내수관련주의 주가상승은 기술적인 반등 차원이며 추격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