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긴축' 조짐 보인다‥콜금리, 목표치 3.75%보다 높게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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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콜금리가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치(연 3.75%)를 웃도는 날이 부쩍 늘었다.
때문에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의 시중자금 환수 수단인 통안증권 발행액이 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이 잦아진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한은이 시중에 풀린 유동성(돈)을 죄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채권시장에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은 우려가 최근 국고채 등 시장금리를 밀어올린 요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 통화 '긴축'의 징후들
금융회사간 초단기 자금 거래에 붙는 하루짜리 콜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3.83%로 치솟은 이후 이달 5일까지 나흘(거래일 기준) 연속 3.8%대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콜금리 목표치가 연 4.0%에서 3.75%로 인하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지난 7일 시중 콜금리는 연 3.75%로 잠시 내려갔지만 10일에는 다시 연 3.77%(잠정치)로 올라섰다.
이는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시장 콜금리가 연 3.75%에 못미쳤던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통안증권 발행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통화정책 변화를 의심케 만든다.
지난 7월 3천억원에 불과했던 통안증권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8월 1조3천억원, 9월 2조3천억원에 이어 10월에는 4조1천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만큼 시중 통화가 한은으로 흡수된 셈이다.
RP를 통한 자금회수 강도도 이전에 비해 강해졌다는게 채권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9월 이후 10월말까지 한은은 줄곧 RP 매각을 통해 자금을 흡수해 왔다"며 "이달 들어 한은의 긴축 기조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과거에 비해 잉여자금을 남겨 놓는 정도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 단기자금이 말랐다
최근 은행 등 금융회사의 단기자금 사정이 빡빡해진 것도 이같은 한은의 '긴축'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동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안증권 입찰이 최근 3주 연속 발행 예정액을 못 채웠다"며 "이는 금융권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통안증권을 사려는 수요가 한은의 예상(발행예정액)보다 적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들어 은행들의 단기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국고채 등 채권 유통수익률이 일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권이 단기자금 확보를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늘리고 이로 인해 '단기금리 상승→장기채권 투자메리트 감소→장기금리 상승'의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와 같은 일련의 단기자금 부족현상을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 일시적인 현상일까
채권시장에서는 국내 내수경기가 워낙 나빠 당장 콜금리 목표치를 인상하기 어려운 한은이 시중 과잉유동성을 조금씩 거둬들이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단기자금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통화정책 기조가 바뀐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오인석 한은 시장운영팀 차장은 "7조원 규모의 부가세 납부에 추경예산이 예상보다 시중에 늦게 풀린데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콜자금 차입이 큰 폭으로 증가해 콜금리가 단기 급등했다"며 "이번주부터는 추경 자금이 방출될 것으로 예상돼 단기자금 시장이 정상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