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출이 지난 10월중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1.2% 감소, 9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할인점 매출도 5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고 산업자원부가 9일 발표했다. 올 4ㆍ4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치고 내년 상반기엔 뚜렷이 회복조짐을 보일 것이란 정부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편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내년 하반기 들어서야 소비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본지가 이날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여덟명의 CEO들을 인터뷰한 결과 내년 3ㆍ4분기에 경기가 회복된다고 전망한 CEO가 가장 많았다. 이들은 경기회복을 위해 정치ㆍ사회적 불안요인을 해소하는게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다. ◆ 구학서 신세계 사장 내년 4ㆍ4분기 이후에나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계 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다. 가계 실질소득이 늘어나 부채가 감소하고 신용불량자가 줄어들기 전에는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회복이 필수적이다. ◆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 소비경기는 내년 2ㆍ4분기까지 밑바닥을 헤맬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가계 부채와 함께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 전반이 안정돼야 소비도 살아난다. 대선자금 재신임문제 등 불안정 요인들이 빨리 해소돼야 한다. 정부가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펴서 국민들에게 미래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 최영재 LG홈쇼핑 사장 내년 하반기는 돼야 소비경기가 풀릴 것이다. 소비심리 위축은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문제다. 정치 사회 부동산 문제 등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불안요인들이 너무 많다. 요즘 수출이 잘된다고 하지만 곧바로 내수 부양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불안심리 제거가 급선무다. ◆ 유종환 밀리오레 사장 피부로 와닿을 만큼 경기가 살아나려면 내년 하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불경기가 장기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신용카드 남발 때문이다. 신용카드 남발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면서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크게 줄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정치 안정이 시급한 과제다. ◆ 조승길 두산 주류BG 사장 내년 상반기가 지나야 내수경기가 풀릴 것이다. 지금은 모든게 불투명하다. 기업이 투자의욕을 갖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선자금 수사도 진행중이다. 내년엔 총선도 있다. 앞날이 불확실하니 기업의 투자심리도 가계의 소비심리도 위축된 것이다. ◆ 김주형 CJ 사장 소비경기는 내년 5월 이후에야 다소 회복될 전망이다.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가 가장 큰 호재다. 그러나 개인신용 경색은 여전히 큰 문제다. 부동산 경기가 안정되면서 증시가 활성화되면 소비경기 회복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비경기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노사관계 안정이다. ◆ 최석원 LG생활건강 사장 작년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되려면 생활용품은 최소 6개월, 화장품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 소비경기가 풀리려면 가계 소득이 회복돼야 하는데 과다한 가계 대출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20,30대들은 신용카드 부실이 심각하다. 부채에 대한 이자율을 낮추거나 만기를 연장해 주는 등의 금융정책으로 소비심리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 문영주 베니건스 대표 내년 하반기면 경기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이 조금씩 회복되고 세계경제도 호전되고 있어 희망적이다. 다만 국내 정치 등 내부적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 경기지표에 비해 소비심리 위축이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취업난, 조기퇴직 불안감 등이 젊은층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결책도 여기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생활경제팀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