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내주초 상임운영위원회, 의원총회 등을 열어 7일 비대위.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잠정확정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의 당론화를 추진할 계획이나 핵심 항목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 어떻게 해소될지 주목된다. 최병렬(崔秉烈) 대표 등 지도부는 지구당.후원회폐지 등 파격적 개혁안을 한나라당이 선도한 만큼 별 무리없이 당론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의 실전을 앞두고 있는 현역의원.원외지구당위원장들의 사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것은 지구당폐지와 후원회 전면폐지다. 대선자금 정국에서 탈출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실제 선거현장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채 졸속 발표됐다는 것이다. 영남지역 한 의원은 8일 "그 취지야 좋지만 전투에는 이겨도 전쟁에서는 패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지구당을 폐지한다 해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를 떠나 그동안 다져놓은 조직을 해체할 정치인들이 몇명이나 되겠냐는 것이다. 한 재선의원은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구당 조직 이외에도 산악회나 연구소 등의 형태로 사조직을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지구당폐지시 이런 사조직만 더욱 은밀한 방식으로 활성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회 폐지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정치활동에는 당연히 자금이 소요되는데 별다른 대안도 없이 후원회를 폐지하면 정치인들의 발을 묶는 결과 밖에 더 되겠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치자금이 더욱 음성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소선거구제 유지나 현행 의원정수(273명) 고수에 대해서도 뒷말이 있다. 선거구제의 경우 이미 홍사덕(洪思德) 총무가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며 당내 토론을 제기해 놓은 상태며 일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정수의 경우도 선거구획정 결과에 따라서 지역구가 통.폐합될 위기에 처한 지역을 노리는 인사들이나, 지역구 증가시 전국구 축소 방침에 따른 피해를 입게될 인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앙당 슬림화 방안으로 제시된 중앙당 유급사무원수 100명선 축소안에 따라 당 사무처의 분위기도 벌써 술렁이고 있다. 현역 의원들이나 지구당위원장들도 수시로 출신지 등 그룹별 모임을 갖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정치개혁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모임에서는 정치개혁안의 비현실성에 대해 적지 않은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안에 대한 이런 비판적 견해가 운영위원회나 의원총회에서 공식 제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정국 상황에서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는 개혁안에 대해 반기를 들 경우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사덕 총무가 정치개혁법 개정안이 통과된 7일 비대위.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 불참한 것이나 그 이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 연석회를 해 본적이 없는데....의원총회를 해 봐야죠"라고 여지를 남긴 반면, 최병렬 대표가 "개혁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있다"고 낙관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운영위원회나 의원총회 등의 논의과정에서는 정치개혁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최 대표나 비대위의 의사결정 절차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