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투자자가 사모펀드를 통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라 할 수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2.82%를 매집, 현대그룹이 M&A(기업 인수ㆍ합병)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고 정몽헌 회장의 장모(현정은 회장의 어머니) 김문희씨가 최대주주(18.6%)지만 KCC가 우호지분 포함, 16% 안팎의 지분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개인투자자의 향배에 따라서는 경영권에 커다란 변동이 생길 수 있다. 4일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은 지난 9∼10월중 단독 사모펀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71만9천3백30주(12.82%)를 사들였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이 펀드의 수익자(주인)가 김문희씨측인지, KCC그룹측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3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김문희씨와 KCC 간 지분 경쟁설 속에 주가가 최근 3개월 동안 6배 이상 급등했으며, 증권가에는 지분 12.82%를 매집한 개인투자자도 KCC측 대리인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개인투자자가 사들인 지분이 워낙 많아 KCC측 대리인일 때는 물론 제3자일 경우에도 현대그룹 전체의 경영권 향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신한BNP의 원승연 상무는 "고객 비밀보호 차원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취득한 사모펀드의 수익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상무는 "수익자의 요청과 자체 판단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였으며 수익자는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라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최대주주(15.16%)로 현대택배(상선 지분 30.0%) 현대아산(40.0%) 현대증권(17.0%) 등을 장악하고 있는 사실상의 현대그룹 지주회사이며,정몽헌 회장 사후 정 회장의 부인 현정은씨가 회장직을 승계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