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침체 속에서 수출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국내 침체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떠받칠 유일한 기대주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직접적인 경기회복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 승승장구하는 수출 자동차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주요 품목 수출이 10월중 30% 이상 급증세를 보이며 수출 활황을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는 D램 가격 안정과 대 중국 수출 호조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1%나 늘었다. 지난 9월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던 자동차 수출은 대미 수출 호조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21억달러)을 올렸다. 무선통신기기도 최대 시장인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수출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같은 수출 호조는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7.2%(전기 대비 연율)에 달하는 등 선진국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엔화와 유로화의 동반 강세가 최근의 원화 절상효과를 일부 상쇄시키고 있어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도훈 산업연구원(KIET)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주력 수출품목이 환율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기술집약적 제품이란 점이 수출의 견조한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내수회복 계기될까 수출이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면서 '수출증가→생산증가 유발→설비투자 회복→소비 증가'라는 경기회복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의 지속적인 호조가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파급 효과가 내수와 소비 회복으로 확산되지 않는 한 직접적인 연관을 찾을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극심한 소비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호조라는 단일 요인만으로는 경기를 견인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투자로 직결되는 자본재 수입이 기계류(20.3%), 전기전자(20.5%)의 증가에 힘입어 19.9% 늘어나는 등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늘어나는 대일 무역역조 지난 65년 국교수립 이후 대 일본 누적 무역적자액이 지난 9월 2천억달러를 돌파, 일본과의 무역역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05년 발효를 목표로 한ㆍ일 양국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협상 개시를 선언한 시점에서 부품ㆍ소재 산업 육성을 통한 무역역조 해결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실제로 올들어 10월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1백49억5천만달러로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연간 대일 무역수지 적자(1백31억4천만달러)보다도 늘어났다. 산자부 관계자는 "대일 수출이 올들어 3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됐지만 수입 규모도 함께 확대되면서 빛이 바래고 있다"며 "일본과의 무역역조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자동차부품, 기계 분야 등의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쉽게 풀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