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중도 하차와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회장 대행직 고사로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은 전경련이 빠른 시일내 회장 대행 체제를 가동해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31일 오후 강신호 회장을 단독으로 만나 회장직 수락을 거듭 요청했으며 전경련 회장단과 원로들도 직접 나서 강 회장을 설득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회장직을 공석으로 남겨둘 경우 전경련의 현저한 위상 약화와 기업 비자금 수사확대 등의 현안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재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전경련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관상 회장 공석때에는 회장단중 최연장자가 자동적으로 회장대행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강 회장께서 강력히 고사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내년 2월 정식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강 회장 대행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신 "회장 추대위원회를 구성,내년 2월 총회를 기다리지 않고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정식 회장을 선출토록 노력할 것이며 강 회장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건강에 큰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이날 오전 건강을 이유로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강 회장이 비록 회장직을 수락하더라도 전경련은 한시적인 대행체제로 운영될 예정이어서 강력한 지도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지금같은 양상이라면 내년 2월에 새로운 회장을 추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세형으로 거론돼온 이건희 삼성 회장,구본무 LG 회장,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이 한결같이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회장들은 전경련 회장을 맡아 정치권이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반 재벌 성향을 지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 부회장은 재계의 정치자금 제공 거부와 관련,"회장들이 제도개선이 없으면 일절 정치자금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결의했으며 여기에는 기업들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내는 기탁금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