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구조적 불황으로 빠져든 것은 무엇보다 증권사가 증가하면서 수수료 인하 등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지난 98년 말 35개였던 증권사는 올 10월 현재 43개로 늘어났다. 점포수,직원수도 절반 이상 늘어났다. 은행수가 33개에서 19개로 줄어든 것에 비하면 증권업계는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였던 셈이다. '주가가 올라도 증권사는 배 고프다'는 말은 '연못 속에 물고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가올 무한 경쟁시대에 증권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화와 전문화·특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회사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증권사는 은행 등 타 금융권의 협공을 받고 있다. 과거 독점했던 펀드 시장은 은행이 잠식 중이다. 올해 초 15%였던 은행의 펀드판매 비중은 17%대를 넘어섰다. 내년부터는 보험사도 펀드 판매에 나서 증권사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증권사들이 판매망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다양한 상품 개발과 함께 자산관리 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덩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산관리 업무에서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은행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황 사장은 "대형사들은 종합자산관리 회사뿐만 아니라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으로서의 비전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화에 나서지 못하는 중·소형사들은 '특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키움닷컴증권 피데스증권이 대표적인 케이스.키움닷컴은 국내 최저 수수료를 받는 온라인 위탁매매 전문 증권사로,피데스증권은 오프라인 법인위탁매매 전문 회사로 입지를 구축한 뒤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그 동안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매매 회전율을 높여 이익을 부풀리는 위탁매매 중심의 영업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증권연구원 김근수 박사는 "위탁수수료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약정 위주의 영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증권사는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해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