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승용차 '렉서스'와 SUV '하이랜드'를 주로 생산하는 도요타 규슈공장. 이 곳 근로자들은 두시간마다 하는 일이 달라진다. 두시간 단위로 1공정 작업자들이 2공정으로, 2공정 작업자는 3공정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근로자들을 일정 생산라인에 붙박이로 배치하는 대부분의 조립공장과 정반대다. 주목되는 점은 그러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을 다른 곳보다 더 많이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도요타에선 이를 표준화로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근로자들이 다능공인데다 작업이 워낙에 표준화돼 있어 2시간 단위로 라인을 로테이션시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도요타 규슈공장이 굳이 근로자들을 로테이션시키는 이유는 각 공정의 문제를 전체가 공유토록 한다는데 있다. 공정간 연계성을 근로자들이 꿰뚫게 됨에 따라 모두가 전과정에 걸쳐 문제를 찾게 된다. ◆ 가이젠의 전제조건은 표준화 도요타식 가이젠(개선활동)은 작업의 표준화에서부터 출발한다. 도요타식 어법으로 표현하자면 개선이라는 후공정을 염두에 둔 활동이 표준화다. 도요타는 표준화를 '생산자가 무다(낭비)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있는 방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근로자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초 단위로 규정해놓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비인간적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작업자의 움직임에서 불필요하고 무리한 몸놀림을 없애 가장 순조롭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정한다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작업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도요타 전문가들은 반박한다. "표준작업을 정하지 않은 채 상급자를 보고 배우는 도제식 학습으로는 일에 숙련되기 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개인간 능력차를 무시할 수없는데다 상급자를 보고 배우다 보면 개인의 주의력이나 숙련도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어 비능률적이다."(가와모토 신이치 계장) 표준작업은 작업자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표준 작업이 없으면 작업자의 업무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으면 표준화라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나사를 조일 때 '꽉 조여'라는 지시는 표준작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자칫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표준화를 통한 작업 지시는 '딱 소리가 날 때까지 조인다'이다. 이 표준작업을 따르면 작업자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똑같은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조립과정의 모든 업무를 표준화해야 한다. ◆ 표준화는 곧 정보의 공유 물론 표준 작업 역시 개선의 대상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개선은 표준 작업을 토대로 이뤄진다. 실질적으로 도요타식 생산방식을 만든 오오노 타이이치 전 도요타 부사장은 "현장의 방법을 표준화한 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지혜를 짜내서 표준작업 그 자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타에서는 표준작업을 현장 근로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유도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정보의 공유. 업무 표준화가 없으면 정보 공유가 어렵게 된다.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작업이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업무를 표준화하고 종업원 한 사람이 다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면 적은 인원으로 라인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장내 인력을 탄력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작업을 표준화해야 한다. 도요타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신입 사원이라도 현장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작업을 표준화했다. "다른 사람을 보고 배울 필요가 없다. 표준 작업에 따라서 핵심만 익히면 4∼5일 정도면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이시하라 호즈미 홍보담당자는 설명했다. 도요타는 자사 공장은 물론 그룹 전 공장이 도요타 생산방식을 일률적으로 전개한다. 때문에 한 공장의 표준화가 다른 공장으로 빠른 시간내에 확산된다. 그래선지 도요타식 생산방식을 '긴타로아메'라고 부른다. 긴타로아메는 어디를 자르든 붉고 통통한 아이 얼굴 같은 단면이 나오는 가락엿을 나타내는 말로 획일적이라는 의미다. ◆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이유 도요타는 컨베이어벨트에 의한 대량생산체제에서 린(Lean)방식에 의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선 제품 및 부품 구조의 표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려면 엔진룸, 실내, 언더플로 등의 차량 구조나 그 안의 부품 배치 표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만일 차종마다 차량구조 부품배치가 다르다면 아무리 유연성 높은 생산시스템을 갖추려고 해도 생산라인 변경시에는 제품의 설계를 바꾸거나 생산라인 공정을 변경해야 한다. 도요타는 부품 배치 표준화를 통해 불황일때는 생산라인을 통합하고 호황이면 다시 원상태로 돌림으로써 공장 효율을 높여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요타는 공장이나 생산라인을 바꾸어도 설계변경이나 공정변경이 필요없는 제품 구조를 갖추고 있다."(히노 사토시, 도요타 무한성장의 비밀 저자) ----------------------------------------------------------------- 특별취재팀 =양승득(도쿄특파원) 우종근(국제부 차장) 이익원 이심기 정태웅 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김영우(영상정보부 차장) 허문찬(" 기자)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