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한국 떠나고 싶다"..대회도 줄어들고 출전해봐야 경비빼면 적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더 이상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
미국 일본 등에 진출한 한국프로골퍼들이 상위권을 휩쓸며 비교적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프로골퍼들의 활동 무대는 날이 갈 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때 연 35개에 이르던 국내골프대회가 올해는 22개(남자 11개,여자 11개)로 줄어들어 톱랭커라고 해도 한시즌 기껏해야 10개 대회를 뛰는게 고작이다.
투어 프로 중 상위권에 속하는 30위가 돼도 연간 남자는 2천5백만원,여자는 2천2백만원의 상금을 받는 게 고작이다.
중위권이라고 할 수 있는 60위권은 상금액이 1천만원도 안돼 대회 경비조차 나오지 않는다.
골프장에 가면 아마추어골퍼와 마찬가지로 그린피를 내야 하고 심지어 획득한 상금마저 제때 지급이 안되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30위권이면 시즌 총상금이 남자는 21억6천만원,여자는 4억3천만원이다.
일본만 해도 30위권 골퍼는 남자 3억원,여자 1억6천만원의 상금 수입을 올리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사실상 국내에서는 '프로'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골퍼들의 한결같은 토로다.
서아람 프로는 "대회에서 커트를 통과하더라도 10위권 안에 들지 못할 경우 1백만원 정도의 상금을 받는다"며 "경비를 빼고 나면 적자"라고 말했다.
프로들은 대회 참가시 참가비 외에 대회기간 중 도와준 캐디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대회가 지방에서 열릴 경우 이동경비와 숙박비가 추가된다.
대회를 앞두고는 그 코스에서 사전 연습라운드를 해야 하는데 별도의 그린피를 내야 한다.
전년도 상금랭킹 30위권(일부는 상금랭킹 10위)에 들지 못하는 프로들의 경우 그린피를 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전경비로만 수십만∼1백만원이 소요돼 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적자를 보는 셈이다.
이러다보니 은행에서 대출받아 대회 경비를 마련하는 선수도 있다.
이 같은 사정은 톱랭커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열린 김영주골프여자오픈 한솔레이디스오픈 등 일부 대회는 상금 지급이 연기되면서 선수들이 제때 상금을 받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이미나 프로는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는 기가 막힌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나이 서른이 넘은 정일미 프로가 올해 국내 대회를 포기한 채 미국투어에 도전한 것도 이 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
미국·일본투어에 갈 실력이 안되는 프로들 중에는 아예 골프를 접고 일본으로 건너가 제빵기술을 배워오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신한동해오픈 익산오픈 등은 아예 대회 자체가 없어졌고 일부 지방대회도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인들의 '등용문'이었던 2부 투어 'KTF투어'역시 후원사인 KTF가 더 이상 후원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들 사이에서는 "캐디도 대부분 1년에 2천만원 이상 번다.하지만 이마저도 벌지 못하는 프로가 많다"는 푸념이 자주 나온다.
골프인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골프 대중화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골퍼들의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