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시인 김정환(49)의 새 연작시집 '하노이-서울 시편'(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우리 시대의 소외된 시적 정의(poetic justice)를 환기시키는 시인의 한결같은 여정 위에 놓여 있다. '황색 예수전''지울 수 없는 노래' 등에서 현실 변혁에 대한 자기확신과 열정을 노래한 김정환은 이번 작품에서 우리의 과거사를 '베트남'이라는 구체적이고도 상징적인 공간에서 현재화하면서 1980년대 이후 문학의 변방으로 추방된 시적 정의의 복원을 시도한다. 베트남의 소박한 농촌에는 한국의 '가난했던 시절의/아름다운 전망'('첫 논과 밭,시편2')이 빛나고 '과거의 권위와 미래의 전망이/겸손하게 만나는'('하롱베이로,시편3') 풍경들 속에는 해체와 건설이 동시에 진행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