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수물자 한국서 대거 조달] 美 국방부 구매담당자들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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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미 국방부)을 직접 공략하라.'
지난 24일 방한한 미 국방부 구매담당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한국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까지 미 국방부에 납품한 군수물자는 주한미군을 통해 막사나 도로건설 등 서비스용역을 제공한게 전부.
따라서 미 국방부가 직접 무기조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재계는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대한 화답이 아니겠느냐"며 "미 군수시장 진출의 호기가 될수도 있다"고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내달 6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삼성테크윈 SKC 로템 LG이노텍 등 국내 방위산업체를 직접 둘러볼 이들 '거물'은 미 국방부의 '외국비교시험'(FCT) 프로그램 관계자들.
FCT는 미군의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만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해외기업의 제품 및 기술을 미 연방정부의 자금지원하에 테스트하는 프로그램이다.
KOTRA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FCT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은 미 군수시장에 교두보를 놓는다는 의미"라며 "연간 1천4백억달러의 시장 문을 두드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FCT가 외국 기업이 미 군수시장에 진출하는 전초기지가 된다는 얘기다.
미 국방부가 지난 22년간 FCT 프로그램을 통해 조달한 군수물자는 1백33건에 58억달러 가량.
건당 4천만달러가 넘는 규모다.
지금까지는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이스라엘 캐나다 등에서 이 시장을 독식해 왔으며, 한국은 참여 실적이 전무했다.
그러나 SKC외에도 최근 지누스사의 보안시스템인 폼가드(FOMGuard) 및 코아블사의 GPS 유도낙하산 등이 동 프로그램의 테스트를 받는 등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
미 국방부가 이번 상담회와 관련, 관심을 보이고 있는 품목은 첨단 배터리 및 연료전지, 정보ㆍ첩보 시스템, 열추적 시스템, 무기탐지장치, 항공기, 잠수함, 전기자동차 등.
FCT 프로그램국장 로키 라이너 대령은 "지금까지는 주로 NATO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이들 국가의 제품과 기술들을 조달했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미군의 작전수행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 기업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미국 현지 컨설턴트로 동 프로그램의 동 아시아 조달에 관여하고 있는 IT&T의 정승규 사장은 "프랑스와 독일 등 FCT 주요 참여국들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기를 든 바람에 미군 당국자들의 정서상 한국 업체들이 참여할 여지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면서 "한국의 방산업계는 이같은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병일ㆍ김미리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