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개별적으로 만난 국회의원만 1백명이 넘어요. 점심에 저녁 약속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농림부 1급 A씨) 지난 7월 국회에 제출된 뒤 넉 달째 계류 중인 한ㆍ칠레 FTA 비준안의 연내 통과를 위해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농림부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이 대(對)국회 '총력 로비'에 나섰다. 장ㆍ차관, 1급 인사는 물론 국ㆍ과장들까지 총동원돼 국회의원들과 보좌관 등을 상대로 직ㆍ간접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 수석 경제부처인 재정경제부는 김광림 차관을 팀장으로 '한ㆍ칠레 FTA 비준 대책팀'을 구성하고 그 아래 총괄홍보반(반장 박병원 차관보)과 국회대책반(반장 김규복 기획관리실장)을 둬 일반 국민과 정치권을 상대로 'FTA 불가피론'을 전파하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최근 4당 정책위원회 의장 등과 만나 조속한 비준안 처리 협조를 구하는 등 각당 중진의원들 설득 작업을 맡았다. 통상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일본 싱가포르 등과의 후속 FTA 협상 추진 방침이 잇따라 발표됨에 따라 '첫 단추'격인 한ㆍ칠레 FTA 처리가 더욱 시급해진 것.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공식 석상에 참가할 때마다 한ㆍ칠레 FTA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ㆍ과장들까지 동원돼 비준안 반대 서명에 참가한 8명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기치를 올리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을 통한 농업개방 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결정을 내년으로 미룬다고 해서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은 없다"며 "비준안을 연내 처리하는게 대외적인 모양새도 좋고,국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정치권 등에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소관 국회의원들 외에 한ㆍ칠레 FTA 비준안 통과의 최대 견제세력인 농민단체를 설득하는 일까지 맡았다. 1백47명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FTA 비준 반대서명을 이끌어 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등이 주요 대상이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22명의 의원중 21명이 비준안 반대 서명에 참가함에 따라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도 농림부 몫으로 주어졌다. 산자부는 무역협회 대한상의 등 기업 단체들과 연계해 대국회 물밑 접촉에 나섰다. 지난 13일에는 윤진식 산자부 장관이 경제5단체장과 회동을 갖고 산업계의 '지원사격'을 구하기도 했다. 현재 김재철 무역협회장을 간사격으로 경제 5단체가 정기적으로 비준안 통과를 위한 협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 관계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주5일 법안 통과 때도 경제5단체의 역할이 컸던 만큼 이들의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관부처를 총동원한 이같은 'FTA 설득작전'이 아직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상태다. 농림부 관계자는 "반대 서명을 한 의원들중 상당수는 FTA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농민단체 등 '표밭' 눈치를 떨쳐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단체 관계자들도 개별적으로 만나 FTA 이행특별법 등 농가지원 4대 특별법 내용을 설명하면 개방 취지를 이해하는 듯 하지만 공개석상에선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