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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코너] 美 로비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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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9·11테러 직후 워싱턴DC에 있는 의사당을 가장 먼저 찾은 사람들은 항공회사 로비스트였다. 테러 충격으로 승객들이 급감, 위기에 빠진 항공사들이 로비스트를 의회로 보내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의사당에 나타난 로비스트들의 사진이 워싱턴 포스트에 실렸을 때 "이 나라에 정치 로비가 이렇게 만연돼 있나"하고 놀란 적이 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압승에 대한 재계 반응을 보고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선거 직후였던 12월2일,에너지산업 대표들이 워싱턴DC에 모였다.이들은 자신들이 적극 후원했던 공화당 의원들이 승리한 만큼 보답을 받을 때라며 정치권에 요구할 선물 리스트를 작성했다. 원유탐사 및 개발을 확대하는 에너지 법안 통과,3백40억달러의 세금지원,원자력발전 사고에 따른 기업들의 배상금 부담 제한 등 이른바 '로비 청구서'를 만들었다. 더욱 의아했던 건 정경유착 내용이 신문에 상세히 보도됐다는 점이다. 정치자금을 추적하는 웹사이트에는 신문보다도 더 자세히 실렸다. 어느 기업이 어느 의원에게 언제 얼마를 왜 기부했는지 너무도 쉽게 알 수 있었다는 뜻이다. 엊그제 뉴욕타임스는 금융중심지인 월가와 부시 행정부의 밀월관계를 상세히 보도했다.그 중 폴 오닐 메릴린치 회장과 제임스 케인 베어스턴스 회장이 자기 회사의 이사들에게 보낸 편지도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 자금 모금 행사에 적극 참석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한나라당이 SK에서 비자금 1백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에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재계 전체가 정경유착의 볼모로 잡힌 느낌이다.미국에 정경유착이 없는 건 아니다.그런데도 한국처럼 혐오 대상이 되지않는 건 줄 때부터 국민들이 환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와 부시 대통령의 밀월관계는 염증의 대상이 아니라 재미있는 기사의 하나일 뿐인 것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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