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자산운용법 시행을 계기로 투신산업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은행이 직접 펀드시장에 진출하게 되고 13개 자산운용회사가 투신사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유사 간접투자상품인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를 선보인 증권사들도 펀드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선진금융기법을 무장한 외국사들이 잇따라 진출,경쟁 양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전문화와 대형화 둘 중 하나를 꾀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같은 상황변화와 무관치 않다. ◆생사(生死) 기로에 선 중소형사 32개 투신사 가운데 삼성투신 한국투신 등 상위 6개사가 전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40%를 중소형사가 갈라먹고 있다. 무엇보다 자산운용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은행이 사실상 자산운용업을 하게 된다. 은행계 투신사의 미래도 불투명해지는 셈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신탁부문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운용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자회사(투신사)와 별도로 신탁업무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우리투신 조흥투신 하나알리안츠투신 등 은행 계열의 수탁고가 두드러지게 줄고 있다. 증권사 계열도 마찬가지다. 자회사 펀드만 팔아주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투증권은 경쟁관계에 있던 현대투신 미래에셋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인기 없는 자회사 상품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은 또 펀드와 경쟁적인 관계에 있는 일임형 랩어카운트 영업을 시작했다. 최상길 제로인 이사는 "경쟁 심화를 감안하면 덩치를 키우지 못하는 중소형사들은 살아남기 어렵다"며 "모회사의 신중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1분기(4∼6월) 중 8개사가 적자를 봤다.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의 SK투신 인수 추진은 국내 업계의 대형화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동원 한화 랜드마크 등 자금여력이 있는 투신권의 대형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눈에 띄는 외국사 행보 중소형사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외국계 투신의 잇단 진출이다. 외국사의 무기는 투명성이다. 그 동안 대형사의 '부실 이미지'라는 반사이익을 등에 업고 틈새시장을 파고든 중소형사로선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외국계 진출은 그러나 틈새시장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외국계 투신의 시장 점유율은 14%.그러나 푸르덴셜 피델리티 모건스탠리 등 초대형 외국사의 국내 진출로 외국계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부실투신권의 구조조정과 국내사의 신뢰 회복이 늦어지면 국내 투신시장은 외국계의 각축장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