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0일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정부 내 혼선과 여론수렴 미흡 등을 집중 질타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통합신당까지도 '투명하지 못한'파병 결정을 비판했다. 여야 의원들은 파병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도 '밀실 결정'의 문제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정부 혼선,밀실행정 질타=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파병문제가 불거지자 부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국방부 장관 등 내각은 파병 찬성 발언을 내놓은 반면 청와대는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청와대와 행정부 사이의 이견 조율이나 토론과정 없이 앞다퉈 언론 앞에 자기주장만 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혼란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특히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2일 방미 때 '이라크 파병 문제를 6자회담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노무현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7일 시민단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파병논의는 지금까지 가볍게 해왔고,본격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상기시킨 뒤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나오고 한미정상회담이 눈앞에 닥치니까 서둘러 파병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정부가 미국과 사전에 밀약해놓고 NSC의 요식절차만 거쳤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심재권 의원도 "정부가 전격적으로 추가 파병을 결정한 것은 밀실에서 이미 파병을 확정해 놓았다는 증거가 아니냐"며 "특히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론수렴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몰아붙였다. 심 의원은 "일부에선 정부가 지난 9월 말 추가 파병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이라크 현지조사단 활동이 부실했던 것과 유엔 결의안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파병을 결정한 것 등은 이런 주장에 대한 심증을 굳히게 한다"고 추궁했다. ◆파병협상 공개해야=한나라당 유흥수 의원은 "정부는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공언해놓고는 파병이 결정된 지금까지 협상 내용이나 진행과정을 숨기고 있다"며 "정부는 파병 관련 세부계획을 조속히 세우고 이에 대한 국민여론을 정성껏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신당 유재건 의원은 "정부가 파병 결정과정에서 국론분열만 증폭시킨 문제점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며 "파병부대의 성격 규모 시기 등은 국회조사단의 현지 조사를 토대로 최대한 국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 친서 논란과 관련,고건 총리는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안다"며 "다만 친서 내용은 한반도 안정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파병 결정에서 중요하다는 뜻이지 (6자회담과의) 연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