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한국전력은 당초 주당 배당금을 7백원으로 예정했다가 8백원으로 올려야 했다. 주당 7백원이란 배당금도 전년(5백50원)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었지만 국내 대표 기관투자가인 대한투신과 한국투신의 강력한 요구로 8백원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두 투신사는 한전의 순이익이 1조7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크게 늘어난데다 정부보다 소액주주 등 다른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해왔던 차등배당을 없애겠다는 한전이 배당금을 너무 적게 책정했다며 다른 투신사들과 함께 주주제안을 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 결국 성사시켰다. 연말 결산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배당금을 높이기 위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관들의 고배당 압박 전략 기관중 고배당에 가장 적극적인 동원투신은 우선 주주제안을 통해 고배당을 요구할 계획이다. 해당기업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장부열람권을 행사해 경영진이 회사 자금을 공정하게 사용했는지 여부를 따지고 이것도 모자라면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대표이사나 감사 교체를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주주로서의 권한을 1백%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동원증권은 특히 감사선임 안건의 경우 대주주라도 3%의 의결권밖에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기관투자가와 연대하면 감사교체를 관철시킬 수 있어 유력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배당 대상기업 올해 이익이 크게 늘어난 기업이 고배당 타깃이 될 전망이다. 동원투신은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LG가스 SK가스 등을 지목하고 있다. LG가스의 경우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주당 배당금도 전년의 1천2백50원에서 2천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게 동원측 주장이다. 대형 투신사들이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포스코 현대차 기아차 신세계 농심 현대모비스 등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좋은 실적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올해초 배당성향이 10%에 불과했던데다 올들어 신규투자를 줄였고 더욱이 주가마저 다른 기업만큼 오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관들의 집중포화를 맞을 공산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기업 반응 상장·등록기업들은 기관들이 주주제안 외에 임시주총 소집,대표이사 및 감사 교체 요구 등의 강경한 압박카드를 거론하고 있는데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 한 상장회사 임원은 "주주들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배당을 못한다고 대표이사 교체까지 거론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며 난감해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진 만큼 배당을 늘리는 것은 주주중시 차원에서 당연한 수순이지만 향후 설비투자를 위한 내부 유보자금도 필요하기 때문에 기관들의 요구를 먼저 들어본 다음 배당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 전문가들은 순이익의 50%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KT의 사례를 들며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이 어려워진 성장정체형 대기업들은 앞으로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서는 배당금을 늘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