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 필름,각종 용기 등 플라스틱류의 원료로 쓰이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 최대 생산업체인 대한유화는 16일 노동조합이 창사 33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조업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공장폭발 사고를 낸 호남석유화학은 거래선이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사재기 조짐이 일면서 가격 급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대한유화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사재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DPE 가격은 호남석화 공장폭발 여파로 일주일 만에 6.5%나 치솟으며 지난주말 현재 t당 6백60달러대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노조파업에도 불구하고 협정근로자와 비조합원들이 비상가동에 나서 평소 70% 수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비조합원들로 생산을 이어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유화 노조는 임단협 결렬을 이유로 이날 오전 7시부터 울산과 온산공장에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는 이날 협상을 재개했으나 노조측이 기본급 12% 인상과 주40시간 근무제 등을,사측은 기본급 6%와 성과급 1백%를 고수해 협상이 결렬됐다. 대한유화 회사측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회사의 부담이 연간 66억원으로 올해 경영흑자분을 초과한다"면서 "빨리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부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측은 "그동안 외환위기와 법정관리를 겪으면서 1천4백여명이던 직원수가 7백70명으로 줄어드는 구조조정 과정을 노조원들이 참고 받아들였다"면서 "회사가 지난해부터 흑자를 내는 등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도 사측은 좀 더 참아달라고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호남석화의 폭발사고 피해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고 대한유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HDPE를 원료로 쓰는 수요 업체들은 거래선 변경과 제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대전의 화학업체 Y사 관계자는 "호남석화 공장가동이 상당기간 중단될 것으로 알려져 삼성아토피나 SK㈜ 등 다른 업체 제품을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달말께 타회사 제품에 대한 품질검증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 소재 S사 고위관계자도 "호남석화 공장폭발과 대한유화 파업으로 수급이 차질을 빚고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돼 3개월 정도의 원료를 미리 확보했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