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재심의를 요청하면 징계수위를 낮출 수도 있지요."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회사와 우리은행간 갈등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익규모를 축소해 회계처리하는 행위는 원칙대로 하자면 임원 해임감"이라던 하루 전의 입장에 비해 한결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우리은행측도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지주사로서는 회계처리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잘못된 게 없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처럼 정부의 중재를 빌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갈등은 봉합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특히 우리금융이나 우리은행은 "이번 갈등은 회계기준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갈등의 근인이 됐던 우리카드 처리 문제에 대한 시각차이도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조차 "이번 갈등의 본질은 회계문제가 아닌 지배구조문제"라고 단언할 정도다. 우리금융 경영진과 우리은행장을 사실상 정부가 '임명'하다보니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사이에 위계질서는 물론 역할과 책임도 불분명해져 이런 갈등이 불거졌다는 설명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아예 한발 더 앞서 나간다. 우리금융 회장과 부회장 2명,우리은행장 등 이른바 '빅4'가 내년 3월 한꺼번에 임기가 만료되다보니 생겨난 '샅바 싸움'이란 말도 나돈다. 이런 점에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경영진,그리고 감독당국 관계자들은 우리은행 한 영업직원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게 하든지,아니면 모두 바꿔치든지 해서 좀 잠잠하게 해달라.윗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갈등을 표출시켜 놓고 우리보고 어떻게 장사를 하란 말이냐." 하영춘 경제부 금융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