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에 이어 국무위원 일괄 사표 제출 및 반려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충격에 빠졌다. 12일 관계 당국과 기관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에 이어 11일 총리 이하 전 국무위원과 청와대 보좌진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되는 등의 국정 공백과 정치 불안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의 불확실성과 리더십 부재로 국민들의 심리적 충격이 지속되고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 및 외국인 투자가 지연되고 국가 신인도가 저하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불확실성 증대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에 이은 국무위원 등의 일괄 사표 제출 및 반려로 이어진일련의 정치 사태는 정국 혼란과 국정 공백을 초래함으로써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국정 현안의 처리를 지연시켜 소비와 투자 및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위도 핵폐기장 건설, 이라크 파병, 지방 분권 추진, 신용불량자 문제 처리,신행정수도 이전, 동북아경제중심 구축,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 시행,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추진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생과 경제 현안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에 계류돼 있으나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해 국정 운영이 파행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월의 설비투자와 내수 소비가 각각 7.8%와 2.7%가 감소했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4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는 있는 터에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고조되면 투자와소비의 침체의 장기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욱이 세계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만 낙오자로 남을 공산이 크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국가 위험도'를주요 잣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향후 신용등급 방어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경제는 불확실성의 증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대통령 재신임과 내각 총사표 제출 등의 사건들은당분간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나라는 가뜩이나 정치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으나 이번에는 정치권의 정점인 대통령이 재신임을 스스로 제안하고 나온만큼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한 금융시장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온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에 뒤이은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의 일괄 사표 제출 및 반려 사태는 증시 불안을 가중시킬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불안한 정국을 가장 잘 반영하는 곳이 금융시장"이라고 지적하고 "한국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대한(對韓) 투자를 당분간 줄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정태욱 리서치본부장은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되느냐에 따라 증시의추세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다만 미국 증시가 좋고 미국 경기도 호전되고있어 최근의 상승 대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본부장은 그러나 "국내 상황이 좋지 않은 쪽으로 진전돼 외국인이 불안감을느끼면 증시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궁극적으로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아 정치적 리더십이 강해지면 당연히 시장도 좋아지겠지만 그 때까지 시장은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합주가지수의 경우 10일 현재 757.89로 지난주 말(10월2일)보다 42.65 포인트나 상승하는 등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 정치의 불안 요인이 변수가 될 공산이 높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 "경제 현안 차질없이 수행" 정부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우려한 듯 11일 총리 주재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정현안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외 신인도와 관련, "외국환평형기금 가산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주식시장은 대통령 재신임 제안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하루 상황만으로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은 일정대로 진행해 갈 계획이며 부동산도 세제와 금융에 교육 관련 대책까지 포함해 역시 예정대로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여권 재경부 외화자금과장은 외환시장 동향과 관련, "10일에는 오히려 환율이떨어진 점으로 볼 때 별 문제가 없어 보이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므로 더지켜 봐야겠다"고 말했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정치적 사건들이) 국가 신용등급이나대외 신인도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되며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아 오히려 기반이 공고해지고 국정이 안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논평했다. 안형도 대외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내년 총선 무렵까지 6개월여 동안 청와대와정부가 재신임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뛰고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전문성 부족 등을개선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발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최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