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달 중 콜금리 목표수준을 종전과 같은 연 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콜금리는 올들어 지난 5,7월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된 이후 3개월째 동결됐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반면 경기는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금리인상과 인하 요인이 상충하고 있다"고 동결배경을 설명했다. 경기회복이 가시화할 때까지 금리인상은 유보할 것이라는 방침도 덧붙였다. 경기는 아직 바닥을 기는 중 박 총재는 "경기전망 지표들이 거의 예외 없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도 살아나는 추세여서 '2분기 바닥, 3분기 횡보, 4분기 완만한 회복후 내년 4∼5% 성장'이라는 기존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자금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현 시점에서 '경기회복의 변곡점'을 예단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기가 불황 탈출 신호를 찾지 못한 채 불안한 횡보국면을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콜금리 인상 부작용이 더 크다 금통위가 콜금리를 동결한 데는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상황인식이 깔려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콜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그러기엔 경제 체력이 지나치게 약화돼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의 환율하락 추세도 콜금리를 올리기엔 부적절한 여건으로 지목됐다. 콜금리를 인상하면 통화량을 줄이게 돼 원화표시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므로 자칫 환율 폭락세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청년실업 중장년실업 등 고용문제가 갈수록 커지는 점도 금리인상 카드를 빼들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반면 콜금리를 올려도 부동산 값 상승세를 저지하는 데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한은은 봤다. 박 총재는 "금리를 올린다고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가는 사람들이 되돌아서겠느냐"며 "교육 세제 금융을 망라한 종합적인 경제ㆍ사회 개혁정책으로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만 쏠리는 수요를 분산시키는게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에 경고 메시지 박 총재는 그러나 "앞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금리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콜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한은이 부동산문제를 너무 수수방관한게 아니냐는 비판여론을 의식, 부동산시장에 '엄포성'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박 총재는 이와 함께 비상시에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총액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법에는 극심한 통화팽창 등 국민 경제상 긴급한 필요가 있을 경우 일정한 기간동안 금융기관의 대출ㆍ투자 최고한도와 금리 등을 제한하는 조치를 금통위가 취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박 총재는 그러나 "이런 조치를 취하면 국가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중앙은행으로선 수치인 만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