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요즘 공대출신 신입사원들을 계속 채용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일류대 출신들조차 기대하는 직무 훈련이 제대로 안돼 있어 재교육을 시키는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공학분야 대졸 신입사원 요건을 '학부 졸업'에서 '대학원 졸업'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준 삼성전자 인재개발연구소장은 "한해 평균 6천여명의 공대 출신을 신규 채용하는 삼성그룹은 재교육 비용만 연간 8백여억원을 쓴다"며 "국내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7만여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하는데 이들을 모두 삼성 수준으로 재교육시킨다면 무려 2조8천억원이 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학 교육 부실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이 얼마나 큰 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작년말 3백여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들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전산교육 등 기초교육(실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 교육 제외)을 시키는 데만 평균 4.6개월의 시간과 1인당 월 평균 1백12만원의 비용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체 수요에 맞지 않는 인력이 대거 양산되고 있는 이유는 '신입사원이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은 기업 필요수준의 26%에 불과하다'는 전경련의 설문조사 결과에 잘 담겨 있다.


대학이 현장과 따로 노는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교육의 질은 무시한 채 '몸집 키우기'에만 급급한 것도 대학 교육 부실의 원인으로 꼽힌다.


4년제 일반대학의 수는 지난 65년 70개에서 작년 1백63개교로,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32.3%에서 74.2%로 급증했다.


40년도 안 되는 기간동안 고등교육이 급속도로 보편화됐지만 정작 교육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교수 1인당 학생수는 같은 기간 19.9명에서 40.1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초ㆍ중ㆍ고교 교육의 비효율성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산된 고교 평준화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빼앗아갔고 그 결과 학력의 하향 평준화와 사교육비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경쟁이 없는 교사들에게 교육 수요자에 대한 '책임감 발휘'를 기대하기도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쟁이 없는 평준화 체제에서 경쟁력 있는 학교는 나올 수 없다"며 "일단 교사가 되면 능력에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월급을 받고 국가 공무원으로 신분까지 보장되는데 누가 보다 나은 자질을 갖추려 노력하고 더 열심히 가르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교육의 '품질'은 열악한 반면 교육비 지출은 한국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00년 기준 30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 지출규모를 비교한 결과 한국이 7.1%로 1위에 올랐다.


이 중 민간 부담 교육비 지출 비중이 GDP의 2.8%로 역시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한국교육개발원이 GDP의 3% 안팎으로 추정하는 학원ㆍ과외비까지 합칠 경우 한국의 교육투자 규모는 GDP의 10%에 육박한다.


이처럼 막대한 교육비를 동원하고 있음에도 한국 교육의 효율성은 세계 최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OECD 국제학업성취도(PISA)에서 뽑은 고교 1년생 수학ㆍ과학 성적의 합과 GDP대비 교육투자비 비율을 활용해 산출해 낸 교육투자 효율성에서 한국은 분석대상 23개국중 최하위권인 20위에 그쳤다.


이같은 총체적 교육부실과 취약한 교육 생산성은 한국인들을 해외이민으로 내모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학이나 연수를 목적으로 해외로 나간 사람은 총 16만6천7백1명, 유학ㆍ연수비용으로 해외에 뿌린 돈은 무려 8억2천9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호(號)가 성장 잠재력 고갈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국가생산성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하며,무엇보다도 국가경쟁력의 기초 토대인 교육 시스템 혁신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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