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기계시장에 일본산 수입제품이 범람하면서 가뜩이나 시장이 위축돼 고전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의 생존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 말까지 콤바인 이앙기 등 농기계 수입량은 1천4백53대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0년 한 해 수입이 38대에 불과했던데 비하면 무려 4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는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수입량은 적어도 1천7백여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제품의 90% 이상은 얀마 구보다 이세키 미쓰비시 등 일본제품이다. 농기계 시장은 농업시장 개방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터여서 일본산 수입농기계는 국내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 2000년 1조원을 상회하던 국내 농기계 시장은 올해 5천억원 규모로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국내 농기계 판매대수는 2000년 1만6천2백대에서 지난해에는 7천4백70대로 54% 감소한데 이어 올해는 6천3백대로 예상되는 등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동 국제종합기계 아세아 등 주요 농기계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모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이들 업체 모두 수출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자금난 등으로 적극적인 연구개발 활동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내업체들이 시장 축소에 따른 매출 및 이익 감소로 신제품 개발보다는 일본산 제품의 수입판매에 치중하면서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D사의 경우 일본 Y사의 콤바인 제품을 무더기로 수입,기존 수입업체의 시장을 잠식하면서 업체간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이 회사의 농기계 수입량은 지난해 79대에서 올들어 8월 말까지 5백19대로 6.5배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입업체들은 중고 농기계까지 수입,정부 융자를 받아내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 농기계산업의 공동침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