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산성이다] (3) '노동 효율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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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는 상황에서 경쟁 상대인 중국보다 훨씬 높은 노동비용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가."
43개 다국적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및 투자담당 임원들은 지난달 23일 코엑스(COEX)에서 열린 '허브 코리아 포럼'에서 우리 사회를 향해 이같은 물음을 던졌다.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또 '강성 노조가 활개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거론하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노동비용 상승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질문들도 쏟아냈다.
이날 포럼에 참석했던 한 경제단체 간부는 "외국 기업의 대(對)한국 투자가 급감하는 이유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노동비용에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며 표정을 흐렸다.
실제로 임금이 1% 오르면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5.73% 줄어든다는 분석(전국경제인연합회)도 나와 있다.
◆ 노동비용은 선진국, 생산성은 개도국
굳이 외국 투자자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1980년대 후반부터 확대되기 시작한 노동비용과 노동생산성의 괴리는 질주하던 한국호(號)를 넛크래커(nut crackerㆍ호두까는 기계) 속의 호두 신세로 전락하게 한 주범이다.
미국의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24위에 머물렀다.
이 조사에서 한국 근로자 1인의 시간당 국내총생산(GDPㆍ99년 불변가격 기준)은 14.17달러로 미국(37.76달러) 일본(28.37달러)은 물론 동구권의 헝가리(19.25달러) 체코(16.87달러) 등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인당 GNI(국민총소득)와 비교한 제조업 임금수준(2001년 기준ㆍ노동부 자료)은 1.76으로 일본(1.20) 미국(0.89) 대만(1.0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간판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의 2001년 근로자 1인당 인건비(3만2천4백달러)는 국민 1인당 GNI의 3.6배 수준으로 도요타(2.7배) 포드(1.9배) GM(1.5배)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의 1인당 인건비(4만2백61달러)는 국민소득의 4배를 웃돌았다.
그러나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1인당)은 현대차가 30시간인데 비해 포드는 26.14시간, GM은 24.40시간에 불과했다.
◆ 급락하는 생산성 증가율
더 큰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실질 임금상승률을 밑도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노동경쟁력이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연구원이 매달 발간하는 '노동통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때인 1997년과 98년을 제외하면 줄곧 실질 임금증가율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노동생산성(95년 불변가격 기준)은 전년 대비 3.7%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실질임금 상승률은 8.7%나 됐다.
잇단 노동쟁의로 몸살을 앓은 올해도 예년 수준 이상의 임금인상 가능성이 큰 데다 대규모 사업장의 파업으로 인한 조업 차질이 많아 생산성 증가가 임금상승률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미 산업자원부 조사에서 올 2분기 국내 제조업의 전년 동기 대비 노동생산성지수 증가율(4.3%)은 시간당 임금지수 증가율(8.7%)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 외국인 투자 가로막는 '고임금 저효율'
이같은 고임금ㆍ저효율 구조는 '높은 노동비용(낮은 노동생산성)→내외국 기업 투자 감소→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투자 축소'라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계속 심화되는 추세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경영학과)는 "작업 효율을 높이려는 기업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인력과 기술 개발, 대대적인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신규 투자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투자 활성화는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방안"이라며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