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막 발레(1789년 프랑스 초연) '고집쟁이 딸'이 국립발레단에 의해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18세기 후반 유럽 발레작품의 주인공이 대부분 귀족 요정 여신 등 '높은 신분층'이었던 데 비해 이 작품은 평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딸을 부잣집에 시집보내려는 어머니와 따로 만나는 애인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고집쟁이 딸 사이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이 작품의 기둥이다. 국립발레단 김긍수 예술감독은 "어머니 역을 덩치 큰 남자무용수가 맡고 발랄한 군무장면들이 이어져 클래식 발레가 지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발레가 재미있고 유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안무는 쿠바 발레단의 필립 알롱소가 맡았다. 그는 인물의 성격묘사가 탁월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고집쟁이 딸'과 같은 코믹하고 재미있는 작품에 적격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의 안무가 장 도베르발이 어느날 한 농촌마을을 지나다 울고 있는 딸을 야단치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판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 '고집쟁이 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작품의 디자인을 맡은 제롬 카플랑은 이 때문에 마치 판화로 찍어낸 듯한 느낌의 정교한 무대세트를 선보인다. 프랑스 화가까지 초청해 4개월간 선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그린 끝에 1막 농가 정원은 블루톤,2막 시몬느의 집안 내부는 브라운톤의 판화로 그려질 예정이다. 작품의 남녀주인공인 리즈(고집쟁이 딸)와 콜라스(리즈의 애인) 역은 한국을 대표하는 3명의 발레스타들이 각각 맡아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낼 예정이다. 제1커플은 국내 최정상 발레리나인 김주원과 이원국 이래 최고의 남성무용수로 손꼽히는 이원철이 맡았다. 단아하고 호소력 있는 춤을 보여주는 노보연과 우아한 춤이 특징인 장운규가 제2커플로 열연한다. 노보연은 이번 무대가 본격적인 주연 데뷔무대이기도 하다. 제3커플은 국립발레단 최고의 테크니션 홍정민과 유망주 이종필이 낙점됐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신현섭과 정현옥은 여장남자로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1588-789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