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데도 경기종합지수는 상승세로 반전함에 따라 '3분기 경기저점 통과론'이 힘을 얻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어 있으나 실물 경기는 저점을 지나 상승세로 반전하는 기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풍 피해가 겹친 9월의 실물 경기는 다소 나쁠 것으로 예상되나 추경예산 집행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4분기중 경기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8월중 실물경기는 부진 산업생산 설비투자 도ㆍ소매판매 등 지표로 본 경기는 여전히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산업생산은 자동차(-18.3%)와 섬유제품(-13.7%) 등의 부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하는데 그쳤고 설비투자는 7.8% 감소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 '한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수소비를 나타내는 8월중 도ㆍ소매 판매도 2.7% 줄어 외환위기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던 지난 4월(-2.8%) 수준에 육박했다. 내수소비 부진으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전달에 비해 2.6%포인트 높아졌고 재고율이 1.6%포인트 떨어지는 등 '긍정적인 신호'들도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 8월 경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 내수소비 회복되는가 반면 경기선행지수는 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월중 처음으로 플러스로 반전됐다. 선행종합지수는 '설비투자 추계지수'를 제외한 8개 평가항목이 모두 전달보다 좋아졌고 동행종합지수는 '수입액'을 제외한 6개 항목이 개선됐다. 종합지수는 6개월 정도 변화가 지속돼야만 경기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으나 선행 및 동행지수가 8월중 모두 상승한 것은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내수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이 수출 호조를 압도'하는 올해 경기침체의 양상이 4분기부터 '수출 호조가 내수소비ㆍ설비투자 부진을 압도'하는 상승국면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수소비를 나타내는 도ㆍ소매판매는 자동차ㆍ연료 부문을 제외할 경우 전달보다 0.9% 늘어났다. 지난해 8월말로 종료된 승용차 특소세의 한시적인 인하 효과로 자동차 판매가 급증(작년 8월 20.1%)했기 때문에 올해 8월의 자동차ㆍ연료 판매가 16.3% 감소했을 뿐 전반적으로는 내수 소비도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얘기다. ◆ 전문가들의 엇갈리는 경기진단 '경기침체 지속'과 '저점 통과'신호가 8월중 경기지표에 동시에 나타남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도 엇갈리고 있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경기지수가 많이 높아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으나 내수소비와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8월 경기지표가) 전달에 비해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장은 "수출이 어느 정도 늘어남에 따라 생산과 출하가 증가했으나 고용 불안으로 인해 개인들이 소비를 줄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며 "설비투자 부진과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심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산업생산 증가율이 8월에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조업일수가 전달보다 하루 적은 것을 감안한 계절조정 증가율은 3.4%였다"며 "전달대비 도ㆍ소매판매가 0.9% 늘어나고 설비투자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을 보면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박정룡 한국은행 경제예측팀장도 "9월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더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